코로나19 대유행 전만 해도 집과 일터 사이의 제3의 공간, 카페가 직장인들의 1순위 공간이었다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집에 대한 정의도 새로워지고 있다.
코로나 19 팬더믹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잠깐 같이 서 있는 게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돼 버리자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에 머무르기를 요청받고, 집에 머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집이지만, 그 공간엔 모두가 생각하는 것 처럼 행복한 기억들만 있을까?
'여성 정치를 하다'의 저자인 안미선이 내놓은 '집이 거울이 될때'는 가장 내밀한 공간이자,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에게 집은 지난 시간을 함께 지내온 가족들의 또다른 이름이자, 온전한 행복만 담겨있지 않은 애증과 이해의 공간이기도 하다.
'집'은 지금의 나를 인정하지 않고 듣기 괴로운 소리만 하는 어머니의 삶이자 가부장으로 군림하는 어버지가 지탱한 공간이다.
저자는 철거가 예정된 고향집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유년 시절의 어두운 기억을 정리하고 자신과의 화해에 이른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온 저자는 책에서도 그 안온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분투했을 어머니의 삶도 말한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을 집의 편안함과 휴식을 위해 집이라는 일터이자 싸움터이자, 가족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서운함에서 이해로 바뀐다.
고단한 삶속에서 휴식을 주는 공간이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 처절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 그리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존재와 같은 의미로서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한 저자의 사고와 치유를 엿볼수 있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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