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재명 지사는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시대에 수요를 창출하는 복지정책"이라며 "기본소득은 복지적 성격을 넘어선 경제정책인 '보편적 복지'"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단기 목표로 제시한 기본소득은 연간 20~50만 원이다. 여기에 필요한 정부 재정은 10~25조 원이다. 예산이 좀 더 확보되면 연 100만 원까지도 늘어나고, 증세까지 각오한다면 더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조달이 문제다.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는 2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학술지 예산정책연구 보고서 '한국인의 복지 및 기본소득 관련 증세 태도 연구'를 통해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 주도로 지난해 10월 2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받기를 희망하는 기본소득 금액'을 묻는 설문에서 월 50만 원을 선택한 사람이 20.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위해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세금액은 턱없이 작았다.
증세 없이 재정지출 구조 조정과 비과세 감면정비로 안정적 재원 마련은 어렵다.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받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의 추가 세금 부담액이 월 4만7000원에 그치면서 5만 원 내고 월 50만 원을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 직접 영향받을 수 있는 소득세나 소비세 증세 대신 기업과 부자를 상대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인식을 보인 것이다.
이는 정부가 고소득층의 세금으로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선별 복지인 공정 소득과 다른 바 없다. 실질적으로 다른 세목이 추가되지 않는 한, 납세자의 순응 확보가 방안이다. 일률적으로 똑같이 나누는 공정도 있지만, 열등한 쪽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공정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보고가 바로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이다. 하지만 정치인 개인이 아닌 정부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 구도에서의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한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소모 없는 생산적 논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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