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영화와 마녀사냥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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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영화와 마녀사냥의 괴리

  • 승인 2021-06-24 10:3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말레나(Malena)는 2000년에 나온 미국과 이탈리아 공동작품 영화다. 2차 대전이 한창인 햇빛 찬란한 지중해의 어느 작은 마을, 매혹적인 여자 말레나가 주인공이다.

그녀가 걸어갈 때면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탐욕의 시선으로 전신을 스캔(scan)한다. 성인 남자들은 욕망의 시선으로, 여자들은 그녀의 미모를 시기하여 쑥덕거리기 시작한다.

그녀를 연모하는 사람 중엔 열세 살 순수한 소년 레나토가 있다. 이 녀석은 아예 말레나의 집에 몰래 구멍을 뚫어놓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감시'한다. 말레나는 남편이 살아서 돌아오길 학수고대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말레나는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는다. 먹고 살길이 막연해진 말레나는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그녀는 결국 노류장화(路柳牆花)의 길을 걷게 된다.



돈이든 먹을 것만 줘도 누구나 그녀를 쉬이 범할 수 있다. 그러자 주변 여자들은 말레나를 노골적으로 분노의 대상으로 격하시킨다. 남자들은 아내를 의식해 말레나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고, 여자들은 질투에 눈이 멀어 그녀를 모함하기 시작한다.

이후 진주한 독일군에게까지 웃음을 팔아야 했던 말레나를 보면 1991년에 개봉된 방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가 오버랩 된다. 여기서 주인공 언례(이혜숙 분)는 어린 자식들과 먹고살기 위해 양색시가 된다.

독일에 이어 미군이 들어서면서 말레나는 주민들, 특히 여자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어딘가로 떠나게 된다. 이후 죽은 줄만 알았던 말레나의 남편이 불구가 되어 나타난다.

모두 함구한 채 그를 피하지만 레나토는 진실은 담은 편지 한 통을 그에게 전한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 갈 때쯤 말레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난다. 그녀의 곁엔 남편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주민들은 하나둘 말레나와의 화해를 도모한다. 이 영화를 보면 '마녀사냥'의 무서움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마녀사냥은 15세기 이후 기독교를 절대화하여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종교적 상황에서 비롯된 광신도적인 현상을 말한다.

15세기 초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되어 16세기 말~17세기가 전성기였다. 당시 유럽 사회는 악마적 마법의 존재, 곧 마법의 집회와 밀교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초기에는 희생자의 수도 적었고 종교 재판소가 마녀사냥을 전담하였지만, 세속 법정이 마녀사냥을 주관하게 되면서 광기에 휩싸이게 되었다. 마녀사냥은 극적이고 교훈적인 효과 덕분에 금방 번졌고,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했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마녀사냥이 사라졌을까? '광주 카페' 대표 배 모 씨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친문(親文) 등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현대판 마녀사냥이었다는 느낌이다. 이는 또한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습에서 발견한 21세기형 집단테러였다. 이들의 배후엔 조 모 전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배 씨를 언급하는, 소위 '좌표'를 찍으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 언론의 이구동성이다.

장관까지 했다는 사람이 매사 진중하기는커녕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는 자영업자까지 흔드는 모순에서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 메타버스 시대의 역설을 발견하는 느낌이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시대의 흐름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화해(和解)의 밀물이다.

그러나 허구가 재료인 영화나 구태의연한 정치는 정녕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인가.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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