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을 중심으로 정동 일대에 100여 개에 달하는 성매매 집결지는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는 도심에 곳곳에서 여전히 성행 중이다. 시민단체들은 우범지대를 정비하지 않고는 대전시의 도시재생도 성공할 수 없다는 확고한 전제를 전달하며 타 지자체가 그랬듯 결단력 있는 폐쇄 조치를 선행해 달라는 입장이다.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재생을 위한 시민연대’는 23일 동구 정동에서 연 2차 기자회견에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대전시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연대가 2주 동안 온·오프라인을 통해 설문 조사한 것으로, 모두 1842명이 응답해 집결지에 대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대전역 주변에서 성 구매를 권유하는 호객행위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8%가 이를 경험했거나 들어봤다고 답변했다. '어떻게 대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호객행위를 피해 돌아갔다"는 답변이 절반을 차지했다. 호객행위에 대해서는 "불쾌했다", "경찰이 단속하지 않는다", "대전시가 불법행위를 방치했다"는 답변이 나와 범죄의 사각지대에 대한 행정력 불신이 드러났다.
시민들은 '범죄의 사각지대', '여성 인권 문제', '성적 가치 훼손'을 지역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 꼽았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88%가 인지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재생을 위한 시민연대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에 폐쇄 방안을 재차 요구했다. |
대전여민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 상담원 이은주 씨는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 정부는 집결지 폐쇄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각 지자체에서 집결지 폐쇄와 도시개발을 진행하는 주체의 인식과 의지에 따라 과정, 방법, 속도, 결과가 다른 양상"이라며 "대전시는 대구, 전주, 서울 성북구의 사례를 참고해 폐쇄 결정과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도울 수 있는 지원 조례를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여성인권티움은 성매매집결지 현장을 함께 걸으면서, "1930년 무렵부터 정동은 춘일정 등 유곽 10개가 생겨났다. 현재 간판은 여인숙이고 쪽방이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신도칼국수를 중심으로 십자 거리가 성매매 집결지의 메인거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매매 집결지 주변에 대전시가 매입해 건물이 들어서는 곳들이 있다. 시민소통공간, 사회적자본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고 이미 운영 중인데 성매매 집결지와 매우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티움에 따르면 성매매 집결지는 110곳가량이고 성매매 종사자는 2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민연대는 최종발언에서 "시민연대가 발족하고 도시재생사업에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대전시는 뚜렷한 답변이 없다. 대전의 관문인 대전역에서부터 노골적인 성 구매 알선행위를 하는 이들을 피해 시민들이 길을 돌아가야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하고 묵인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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