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AP=연합뉴스) 터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의 아시아 쪽 해안이 7일(현지시간) '바다의 콧물'로 불리는 해양 점액으로 뒤덮여 있다. |
'바다의 콧물'이라 불리는 이 해양점액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배출한 유기물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온이 높아지거나 질소·인의 농도가 짙어지면 플랑크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이들이 배출하는 유기물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나타난다.
해양점액이 대규모로 발생해 수면을 덮고 있으면 바다 속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물고기가 대량 폐사하는 등 해양 생태계 전반에 큰 위협 요소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생긴 원인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의 상승과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의 무분별한 바다 배출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도 십수 년전 '검은 재앙'으로 불리던 초대형 인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바로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기름유출 재난이다.
당시 예인선단 2척이 인천대교 건설공사에 투입된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을 쇠줄로 묶어 거제도로 예인하던 중 한 척을 지탱하던 쇠줄이 끊어지면서 해상 크레인이 바다에 정박해 있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세 차례 충돌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유조선 탱크에 있던 1만2547㎘의 원유가 태안 해역으로 유출됐는데, 이는 1995년 '시프린스호 유조선 좌초 사건(호남해운 소속)'보다 2.5배에 달했으며, 1997년 이후 10년간 발생한 3915건의 사고로 유출된 기름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였다.
하루아침에 기름폭탄을 맞은 태안 앞바다의 황금어장과 해수욕장, 천혜의 생태계와 어민들까지 극심한 오염 피해로 신음했다. 피해규모가 얼마나 될지, 기름찌꺼기를 전부 치우는 데 얼마나 긴 세월이 걸릴지 전문가들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심각한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전 국민이 팔을 걷어붙였다. 장화와 장갑을 착용하고 마른 천과 양동이를 든 자원봉사자들이 오염된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날마다 전국에서 물밀 듯 모여들었다.
사고 이듬해 초 본사 직원들도 방제봉사에 동참했다. 대형버스를 타고 도착한 현장은 말 그대로 참혹했다. 바다도 모래사장도 바위도 제 색을 잃고 기름범벅인 상태였다. 봉사에 참여한 직원들은 칼바람이 부는 바닷가 곳곳을 누비며 마른 천조각으로 갯바위 틈새를 문지르고 닦았다. 들고 있던 천이 새까매지면 포대에 담고 다시 새 천을 들고 다시 정화작업에 들어가기를 쉴 새 없이 반복했다. 날이 저물어 지친 몸과 무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정리하고 돌아온 기억이 난다.
사고 후 7년, 전문가들조차 회복 불가능이라 전망했던 태안은 123만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검은 재앙'을 기적적으로 탈출했다.
내달 3일이면 만리포를 비롯한 태안지역 28개의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한다. 서해안에서 규모가 가장 큰 보령 대천해수욕장도 이날 함께 문을 연다. 무창포는 7월 10일, 충장대는 7월 10일 운영에 돌입한다.
온국민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더불어 정부가 내달부터 백신 접종자에게 야외에서 노마스크를 허용하고 인원 제한을 해제한다는 방침까지 발표한 만큼 피서객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수욕장들도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와 함께 방역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피서객이 가장 많이 다녀간 곳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666만명), 보령 대천해수욕장(299만명), 부산 광안리해수욕장(273만명) 순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해수욕장 발 감염자는 한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여름에는 청정 서해안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룸 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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