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관장) |
예술이 사람을 가르치려고 들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시간을 말하거나 진리를 설파하려고 들면, 사람의 감정을 담기 어려워진다. 이런 표현이 앞에 서 있으면 예술에 한 발짝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이 줄어들고 끝내는 괴리감이 생겨 발길이 끊어진다.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 사람들의 감정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생활과 밀접한 예술 공간을 두드려 보면 어떨까.
서울에 볼일이 있어 일을 보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을 들렀다. 2주 전에 예약하고 갔더니 소장 전시를 볼 수 있었다. 과천은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소풍 나온 사람들과 가족들이 많았다. 과천에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동물원과 놀이공원이 있어 더 많은 사람이 찾은 것 같다. 미술관은 2시간 간격으로 200명만 예약이 가능했다. 2주 틈을 두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구경하기 어려웠다.
비대면 시대에 사람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돌파구를 찾는 방법의 하나가 미술관이나 박물관 방문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작품을 통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풍경을 보며 잠시 자신의 마음도 그림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구경하는 재미는 덤으로 챙길 수도 있다.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도서관이나 서점을 들러 책 구경을 해도 나쁘지 않다. 구경하다 마음에 와 닿는 책이나 작가가 있다면 빌리거나 구매를 해도 좋지 않을까. 짬짬이 책 세상을 열다 보면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한 편의 시가 소설이 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에 이런 말을 하고 있다. 그 또한 버겁다면 라디오를 켜는 것도 좋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위로받자. 트롯이 되었든 고전 음악이 되었든 정서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 될 것 같다.
예술이라는 말이 생활과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예술이 결국 생활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는 예술이라는 단어를 거창하다고 표현했지만 보이지 않는 예술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내 이야기, 네 이야기, 우리 이야기가 예술에 담겨 있을 때 예술이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지난 2년, 만나고 싶어도 제약 때문에 쉽게 행동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당장에 코로나가 끝나 2년 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면 주어진 환경에서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를 생각해 볼 시간이다. 몸도 마음도 닫아버리면 병이 든다. 병이 깊어지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줄 가능성이 크다.
문학, 미술, 음악이 예술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이것들은 우리의 일상을 담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 이야기 중에는 내 이야기도 들어있다. 좀 더 나아가면 아버지, 엄마가 이야기하고 있다. 낯설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본이 되어 생명의 이야기 자연, 우주 이야기가 담겨있다. 넓고 넓은 공간에 일대일로 만나거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음을 푹 담가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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