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A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일어난 모든 갈등의 시작은 지난 2019년 11월 난방방식 변경 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수십여 억 원이 소요되는 아파트 대표 공사 중 하나로 아파트의 미래 가치까지 논할 수 있는 중대 결정이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당시 주민 상당수는 현재 중앙난방인 난방시설을 지역난방으로 교체할 것을 주장했지만, 한편에선 세대별 개별보일러를 설치하는 개별난방 방식을 고수하면서 입장이 갈리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은 각각의 방식 장단점을 알리는 우편물을 유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 요청으로 각 기업 설명회까지 이어졌으며 특정 기업은 아파트 출입문 등에 현수막을 내걸어 주민 여론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3월 실시한 주민 선호도 조사 결과 70%가 지역난방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국 난방교체는 현재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6월 한 주민이 난방 선호도 조사 결과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이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대다수가 원하는 방식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주민은 "중립을 지켜야 하는 회장이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가스보일러(개별난방) 지지를 밝히고 가스보일러의 장점, 지역난방의 단점을 말하고 다니며 분란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사안으로 아파트 내 민주주의가 훼손됐을 뿐 아니라 재산 가치도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지역난방으로 교체했다면 지금보다 아파트값도 오르고 관리비도 아꼈을 수 있었다"며 "둔산동 인근에 지역난방으로 설치한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사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무지 주민이 원하는데 왜 개별난방을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에선 이후 아파트 외벽 도장공사와 보도블록 공사 과정서도 갈등이 잇따랐으며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재로 차기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대위와 일부 주민들은 입주자대표 회장 퇴진과 아파트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며 수차례의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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