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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건축물이 있는 부지에 호텔급 연수원을 구상하는 것 자체가 근대문화유산 가치보존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이응노 작품이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기증된 것과 맞물려 '충청 홀대' 지적도 나온다.
대전시와 미술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전문가협의체로 구성된 9명의 자문위원단과 함께 옛 충남도청 부지 활용방안과 관련 지난 11일 열린 첫 회의에서 문화예술인재개발원 건립 의사를 밝혔다. 건립에 따른 건축 범위 설정은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앞서 시설 정보기관 차원으로 30명 인력 규모의 사이버안전센터 건립을 확정했다.
이번 자문회의는 내달 초 충남도청사에서 진행되는 2차에 이어 오는 10월까지 총 5차례에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국립대전미술관' 유치 카드를 꺼내든 대전시는 첫 회의에서 충남도청사 연혁과 포괄 현황 등을 브리핑하며 정부 미술기관 건립을 제안했다.
옛 충남도청사는 1932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이다. 등록문화재 18호로 지정된 본관 건물은 현재 대전근현대사 전시관으로 쓰이며, 별관은 시민들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청사 활용방안은 10여 년 전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전이 과학의 도시라는 장점을 활용해 '문화와 과학이 집약된 미술기관 건립'으로 귀결되곤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용도폐기 되는 등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문제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본관 건물이 있는 충남도청 부지에 한 기관의 시설물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문화유산 가치 보존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논의 역시 수년간 이어져 온 지역의 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정부 기관의 필요 목적에만 치우쳐 대전을 '문화소외지'로 치부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문화예술 관계자는 "대전의 상징과도 같은 옛 충남도청사에 한 기관의 연수원을 짓는다는 건 대전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교통의 중심지라는 맥락에서라면 대전보다는 옛 서울역사에 짓는 게 맞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지역 미술계 인사는 "지난 2년간 열지 못했던 대전국제아트쇼를 시민들의 요구로 올해 다시 추진할 예정이며, 얼마 전 막을 내린 미술대전 참여율도 예년부터 높았다"라며 "대전시민들의 예술과 창작 열정은 타 시도에 뒤지지 않으며, 정부 기관은 시민들의 열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역의 문화유산 관계자는 "2년 전부터 불거진 문제가 내달 문체부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구체화하고 있다"라며 "별관을 시민대학으로 활용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인 만큼, 문체부가 활용하면서 대전 시민들의 공간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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