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애국심으로 뭉쳐진 '메시야 필하모닉 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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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애국심으로 뭉쳐진 '메시야 필하모닉 교향악단'

김용복/ 예술평론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21 11:4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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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석 지휘자
'메시야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박인석 지휘자는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진 지휘자였다. 교향악단 구성원들이 그랬고, 선별된 노래 가사들이 그걸 증명해 주었다.

평생 이렇게 감동을 주는 연주회는 처음 보았다. 막이 오르자 잔잔한 애국가가 흘러나오며 관중들까지도 합창을 하게 만들더니 공연의 마지막은 강한 애국심을 발현하기 위해 지휘자를 비롯해 75명의 단원들이 애국가 가사 하나하나에 방점을 찍어 힘찬 연주를 하였던 것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연주하는 단원들 모두의 손놀림이 빨라졌고, 관악기에선 힘찬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지휘자는 온몸으로 지휘하다가 그것도 모자라는 듯 펄떡펄떡 뛰기까지 하였다. 감상하는 2시간여 감동 그 자체였다. 그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이 조국을 지키고 보전하는데 모두들 동참하도록 하자.

보자, 그 감동의 순간들 가운데…… 2021년 6월20일 오후 7시 대전 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 무대에서 있었던 일을.

6월은 호국 보훈의 달. 그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세계적 수준의 한국 전통음악을 수놓는 무대가 이곳 대전 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 무대에서 제40회 정기연주회로 올려졌던 것이다

이번 연주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사명감을 주제로 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특별한 한국 전통가락의 클래식 콘서트였다.

아울러 박인석 지휘자의 진행으로 안익태 작곡의 '한국환상곡'을 새로운 버전과 한국창작 관현악 작품, 창작 가곡 등을 선보이는 등 이번 정기 연주회에서는 작곡가 신만식, 한지영, 김종덕, 최영섭, 이경섭, 이수은, 이문석, 안익태와 김좌진, 신계전, 이명숙, 공한수 작사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편곡하여 연주하였으며, 국악기 협주에는 아쟁 구은심, 피리·태평소 박성휘, 성악가로는 권혁연, 유아영, 백하은, 김주선, 전용현, 이승환, 이영훈, 임현묵 등이 함께 참여했고, 현재 학교에서 현역 교사로 재직중인 이상덕 지휘자도 함께했던 것이다.

아쟁연주의 대가 구은심은 대구에서 올라와 자리를 함께했던 것이다. 연주하는 손놀림이 과연 대가다운 모습이었다. 왼손으로 현을 조절해 음색을 발현하고, 오른손으로는 활을 당겨 흥을 돋우는 모습이 신들린 사람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의 이런 감동을 주는 연주 뒤에는 지휘자를 포함한 75명의 협연자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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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의 선율을 들으며 연주자나 관중들은 한도 찾고 흥도 찾는다. 우울하면 우울한 마음을 투영하고, 기쁘면 더 없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아쟁의 음색인 것이다. 아쟁의 매력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음을 꼽는다. 소리가 구슬프고 애원성이 짙어, 그 소리에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마음을 움켜쥐는 애원성이 그것이다. 한스럽게 들리면서도 그 안에 '흥'이 살아 움직이고, 흥겨운 가락이 울려 퍼지는데도 '한'스럽게 들리는 그 미묘함. 그 음색을 왼손과 오른손을 동원하여 이날 밤 구은심 연주자가 관객들을 울렸던 것이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동료 아쟁의 특유한 음색을 살려주기 위해 다른 연주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손놀림마져도 방해 될까봐 잠시 연주를 멈췄던 것이다. 이야말로 동료 연주를 돋보이게 하는 동료 연주자들의 배려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또 보자, 태평소의 대가 박성휘의 연주를.

태평소는 나팔 모양으로 된 우리나라 고유의 관악기로 나무로 만든 관에 여덟 개의 구멍을 뚫고, 아래 끝에는 깔때기 모양의 놋쇠를 달며, 부리에는 갈대로 만든 서를 끼워 부는 것을 말한다. 태평소(太平簫)의 구성진 가락과 농음(濃音)은 신명나는 연주에 감칠맛을 더한다. 우리 조상들은 날나리로 불리는 이 태평소를 이용해 화란(禍亂)이나 질병을 물리치고 풍년이 드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기원하는 의식에 활용하였다.

많은 연주 동료 악기들 가운데 홀로 선율을 드러내는 태평소. 그 태평소를 가지고 연주자 박성휘는 관객들을 흥분케 하였던 것이다. 구성지고 하늘하늘한 음색은 오늘밤 대전 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 무대에는 없었다. 그저 신명나고 흥분의 도가니 뿐이었다. 관객들도 춤을 덩실덩실 추고 다른 동료연주자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연주를 함으로 태평소의 독주에 힘을 실어줬던 것이다.

아아!

우리 정치인들이 이런 모습을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서로 배려하고 밀어주는 아름다운 모습. 그 아름다움이 지휘자 박인석의 애국심에서 나온 연출이었던 것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지휘자 박인석의 자랑 좀 더 하고 넘어가자.

박인석 지휘자는 한국과 대전 초연의 한국창작 음악회를 시민들에게 선보이며 지역의 자부심과 문화 예술의 향수를 불러일으켰음은 물론, 중증장애인들과 소외계층의 관객들을 공연장에 초대하는 등 사랑 나눔을 실천해오고 있는 분이다.

그가 지휘자로 있는 메시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 2000년 12월 창단 이후 약 80여 명의 기악 전공자들로 구성한 비영리 민간단체로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과 행복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다.

오늘 밤 이 연주회에 설동호 대전시 교육감 사모님께서도, 가슴으로 노래하는 대전의 명가수 윤영신과 함께 오셨고, 필자가 아끼고 사랑하는 소프라노 조용미도, 이강철 시인도 함께했고, 월정 이선희 시인도 함께 관람하며 즐거워 했던 것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영원하여라, 우리 대한민국과 메시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한 단원 모두들,

영원하여라.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김용복
김용복/ 예술평론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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