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우리는 교통신호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신호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신호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가볍게 여기다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에 대한 신호이다. 요즘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로 통증에 대해 알아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대응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위암이나 뇌졸중과 같은 증상은 전조증상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하는데, 반복되는 소화불량이나 두통 등을 대수롭지 여기지 않다가 나중에 손을 쓸 수 없는 응급상황을 맡기도 한다. 평상시와 달리 몸이 이상반응을 보인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병의원을 찾아 의사에게 확인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상 신호도 있다. 직업상 수많은 상담을 하다보면, 당사자들은 일어난 잘못된 결과만을 문제를 삼지만, 사람 관계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잘못된 결과가 일어나기 전에 수많은 전조증상들이 보이곤 한다. 사랑하던 부부 사이에 일어난 문제들도 서로에게 보내는 신호를 잘못 인식하고 방치하여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키우게 된 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극단전인 선택을 하기 전에 지인들에게 여러 가지 신호를 보냈음에도 그에 대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결국 공감 받지 못한다는 괴로움을 안고 자살하게 된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신호들도 유의해야 한다. 소위 동업이라고 말하는 관계들이 깨지는 많은 이유도 덮어 놓고 믿는 부주의함 때문이거나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는 잘못된 태도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이 처음부터 드러나지 않는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면 사람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지게 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동업하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면, 덮어 놓고 믿거나 확대해석하여 다투지 말고 사업을 점검하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사전에 전문가들과 상담해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게을리 하다가 결국 사람도 잃고 사업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최근 광주 재개발 현장의 건물 붕괴사고의 경우에도 수차례 민원신고와 사고 직전 특이 소음 등이 있었다고 한다. 애초에 잘못된 철거방법을 선택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것 자체가 문제이지만, 이러한 전조 증상이 발견된 이후에라도 신속히 대처했더라면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크다. 이번 사고에 상품백화점 붕괴사고가 오버랩 된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이 붕괴될 때도 한 달 여부터 전조증상이 보였고, 당일 날도 대규모 돌출, 균열 등의 급작스런 신호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들이 이러한 신호를 묵살하고 영업을 계속하다가 붕괴가 시작된 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5층 건물이 내려앉고 1천 5백여 명의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우리는 점점 바빠지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일들도 많아진다. 그럴수록 여유를 갖기 어렵고 주위를 돌아볼 여력도 없다. 하지만, 신호가 바뀌는 것을 느낀다면,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반복되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