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산삼(山蔘) 같은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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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산삼(山蔘) 같은 사람인데!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21-06-1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심봤다!'

이는 산삼 캐는 사람들이 산에서 산삼을 발견했을 때 환호로 부르짖는 소리이다.

산삼은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고, 갖고 싶어 하는 약초이다. 산속에서 10년, 20년, 아니, 50년 100년 오래 묵고, 오랜 세월 눈보라 비바람을 겪은 산삼이어야 약효가 있기에 오래 묵은 산삼일수록 희귀한 존재 가치가 있다 하겠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오래 묵은 산삼일수록 약효 좋은 영약의 삼으로 믿고 있다.



장구한 세월 만고풍상 다 겪은 산삼은 신효하다 할 만큼 영험한 효능을 지녔기에 죽을 사람도 살린다고 했다. 산삼은 희귀한 약초로 영약이 되기에 먹는 사람에게 원기를 회복시키고, 힘이 나게 하고, 건강을 유지하게 해 준다.

일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산속에서 캔 산삼을 평소 친한 친구에게 선물했는데 그 친구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귀한 산삼을, 도라지로 알고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이 먹은 것은 도라지가 아니라 귀한 산삼이라 하여 보내준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는 거였다.

이 일화를 듣고 보니 자격지심인지 왜 이리 가슴이 찔리는지 모르겠다.

내가 일화의 주인공처럼 생각 없이 살아, 산삼 같은 아내를 보내고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의 만시지탄(晩時之歎)의 한숨을 쉬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숙제가 있다.

내 자신이야말로 산삼과 같은 아내, 남편, 가족, 친구, 지인들을 도라지나 하찮은 풀처럼 여기는 무감각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는 7남매의 장남으로 물려받은 것은 숙명적인 가난밖에 없었다. 가난 때문이었는지 사람이 좀 부족해서였는지 나는 아내를 평생 고생만 시켰다.

나는 초임지 덕산고에 재직할 때 결혼을 했다. 아내와 나는 허리띠 졸라매는 근검절약으로 살았다. 몇 푼 안 되는 교사 봉급으로 내 집 마련까지는 숱한 세월 속에 31번이나 되는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그렇게 많은 이사를 했어도 나는 그 알량한 고3 담임 한답시고 새벽 일찍 나가 밤늦게야 돌아왔다. 학생들 자습 지도가 문제였으리라.

그 바람에 숱한 이삿짐 싸는 것은 천사 같은 아내가 도맡아 했다. 그 덕분인지 아내는 이삿짐 싸는 전문가가 다 된 것 같았다.

죄인의 참회 같은 뉘우침으로 지나온 세월속의 분별 못한 어리석음에 용서를 빈다.

아내는 숱한 고생 다해가면서도 바가지 한 번 긁지 않았다.

그 많은 이삿짐을 다 싸가면서도 얼굴 한 번 붉히지 않았다.

아내는 장남 맏며느리로 궂은 일만 하다가 갔다.

아내는 바보 같은 남편의 짝으로서, 우리의 분신인 남매의 엄마로서, 7남매의 형수, 어머니 역할로써 1인 3,4역을 다 해냈다.

그러면서 평생 생일 없는 여인으로 소풍 왔다 가는 것처럼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산삼(山蔘) 같은 사람인데…….

아내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 7남매 형제 뒷바라지를 다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아내는 남매의 엄마로서도 부족한 데가 없을 만큼 철두철미했다.

아내는 가난 속에서도 투정 한 번 없이 방광암 환자 시부를 수년간 모시고 병원엘 다녔다. 아내는 이맛살 한 번 찌푸릴 줄 모르는 이해심, 배려심 많은 자격증 있는 천사임에 틀림없었다.

회상에 잠기노라면 아내가 했던 울컥하는 한 마디가 떠오른다.

선생님은 학생들 앞에 서야 하기 때문에 신는 것도, 입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며 날 챙기고, 자신은 제대로 된 화사한 차림 한 번 해보질 못했다.

명품이란 만져 보지도 못하고 살았지만 명품 백 들고 밍크코트 입은 여인보다 더 화사한 미소로 나를 마음 편케 해 주었다.

아내는 나에게 보약 같은, 힘이 나게 하는, 여인의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런 아내 덕분에 우리 7남매 형제자매가 화목하게 가정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아내는 마음 편케, 힘이 나게 해 주는, 내조를 잘 해 주었기에 내가 39년 교직생활을 탈 없이 마치고 TJB 교육 대상에 훈장까지 받게 되었다.

아내는 내가 어렵고 힘들어 할 때, 위로해 주는 천사로 살았고, 용기와 힘이 나게 하는 보약과 산삼으로 살았다.

이런 정도 나를, 마음 편하게, 힘이 나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산삼 같은 아내, 보약 같은 여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현명한 사람은 도라지 같은 사람도 산삼으로 키워 산삼효과를 내게 한다.

나처럼 우매한 사람은, 산삼 같은 사람도 도라지로 알고 살아, 떠난 후에 후회한다.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보고 살아야 한다. 세상을 제대로 보면 값지고 좋은 것이 눈에 보인다.

소중한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해 산삼을 도라지로 여기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우리는 곁에…… 산삼 같은 아내가 , 남편이, 아니, 산삼 같은 친구와 가족이, 지인이 있어도 그걸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아내. 남편, 친구, 직장 동료가 산삼인데도 그걸 모르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 산삼 같은 사람을, 도라지나 잔대 정도 무감각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맥을 짚어 볼 일이다.

보석을 보석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은 소중하고 귀한 것을 다 놓친다.

'있을 때 잘해'라는 이 한 마디를 실천하여, 도라지도 산삼으로 알고 사는 지혜를 가져야겠다.

나는 아내라는 보석을, 산삼을, 고철처럼, 도라지처럼 살다 가게 했다.

산삼(山蔘) 같은 사람인데!

산삼 같은 사람을 도라지로 알고 살아서야 되겠는가!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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