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더 카스의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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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더 카스의 '드라이브'

  • 승인 2021-06-17 10:32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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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더 카스의 '드라이브'. 고 3때 이 노래를 들었다. 팀 이름이 자동차라고? 재밌었다. 노래도 팀 이름에 맞게 '드라이브'라니. 노래는 더 죽여줬다. 가사는 뭔지 모르지만 멜로디가 전위적이라고 생각했다. 가사도 난해할 것 같았다. 뭔가 철학적인 냄새가 풍겼다. 이 노래를 야자 끝내고 자취방에서 이불 속에서 누워 볼륨을 조그맣게 하고 들었다. 멜로디와 보컬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취해 나 자신이 특별해 보였다. 내가 장차 아주 독특하고 의미심장한 인생을 살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혔다. 그만큼 이 노래가 당시 다른 팝송과 달랐다. 난해한 삶처럼 굉장히 난해할 것 같은 노래였다. '드라이브'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가 연상된다. 이 영화감독도 어지간히 난해하고 충격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 아닌가. '멀홀랜드 드라이브'나 '로스트 하이웨이' 같은 영화는 보고 나서도 도무지 확실히 감이 안 잡힌다. 머리만 지끈거린다. 이상한 세상의 이상한 사람들. 그렇지만 블랙홀에 빠져드는 것처럼 홀리듯이 빨려들어간다. 그래서 매력있다. '드라이브'를 들을 당시 나는 이 노래가 시대를 앞서간다고 느꼈다. 몇십년 후에나 나와야 할 노래라고. 고 3이었지만 학교 공부는 내 인생에 아무 의미도 없었다. 마약같은 노래였다. 짜릿한 행복을 안겨주는 노래였다.

몇 년전 언니와 엄마 아버지 나는 1박 2일로 통영을 갔다. 언니가 운전했다. 언니는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앞으로 언제 여행할 기회가 없을 것 같다며 맘먹고 날을 잡은 것이다. 아침일찍 먹고 남쪽으로 향했다. 부모님은 드라이브를 좋아하신다. 차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낯선 풍경을 보는 것이 그리 좋으시단다. 엄마는 하루종일 차 타고 다니며 이리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이다. 나 역시 흔히 보는 나무고 하늘이고 집들이지만 모든게 새로워보이고 설렌다. 여행의 묘미다. 한 시간 정도 내려가다 휴게소에서 먹은 순두부백반도 맛있었다. 아버지도 잘 드시고 엄마는 세상에서 젤 맛있다고 침이 마르게 얘기했다. 운전을 스무스하게 하는 언니의 기술이 좋아선지 엄마 아버지도 더없이 편안해하신다. 통영에서의 1박 2일. 애틋한 추억이다. 이젠 가고싶어도 갈 수 없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몸이 많이 쇠약해 멀리 가는 여행이 여의치 않다. 추억은 때로 가슴을 아리게 한다.

'드라이브'의 가사가 궁금해 검색해 봤다. '너무 늦어다고, 나 말고 누가 당신한테 말해주겠어요. 별로 안좋은 모습이라고, 나 말고 그 누가 당신에게 알려주겠어요... 누가 오늘밤 당신을 차로 집까지 바래다 주겠어요?~.' 지극히 평범한 노랫말이다. 큭! 세상사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닐 때가 있다. 사는 거 다 그렇지 않은가? '드라이브', 깊은 밤 적막감이 감도는 시간에 들어보시라.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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