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
사실 ESG는 갑자기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영국에서 제일 먼저 ESG가 도입됐다. 이어 스웨덴·독일 등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제도를 도입함과 동시에 2019년부터는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면서 ESG 경영이 본격화됐다. UN은 2006년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이렇게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우선 고려하는 책임 투자가 확산되고, 주식 등 실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이 적극적인 저탄소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와 국내 주식 시장의 초강세에 힘입어 글로벌 ESG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정부에서도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속가능경영 평가 표준지표 개발(K-ESG), 중소기업 지속가능경영 종합 대책 수립, 코스피 상장사 대상 지속가능경영 공시 의무화(2025년) 등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 역시 2022년까지 ESG를 반영한 자산을 총 자산의 절반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회나 환경 문제까지 경영지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가혹할 수 있겠지만, 이제는 ESG를 새로운 경영규칙으로 받아들여야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ESG 경영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업이 실제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멀지만 녹색 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한다거나 ESG 평가의 불투명성과 투자 기준의 불확실성을 이용해 ESG 성과를 포장하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또는 ESG 워싱 논란이 그것이다. 또한 기업 경영과 투자는 결국 이윤을 내기 위한 것인데, 사회·환경적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실적을 내지 못하는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ESG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착한 기업이지만 돈을 못 버는 이른바, 'ESG 딜레마'다.
그렇다면 돈 잘 버는 착한 기업은 그저 환상일 뿐인 것일까? 답은 착한 기업보다는 스마트한 기업이 되는 것이다. 즉, 과학기술을 통한 ESG 추진으로 성장과 혁신 동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환경·사회적 책임과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달성하는 전략으로 ESG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단국대 이계형 석좌교수는 '탄소저감,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환경(E)과 매우 밀접한 기술이며, 장애인·고령층을 위한 따뜻한 기술과 저개발 국가를 위한 적정기술은 사회적 책임(S) 실현에 기여할 것이고, 빅데이터·AI 기술은 지배구조 관련 이슈들에 대한 효율적인 모니터링으로 투명한 지배구조(G)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ESG 경영에 대한 진정성과 지속성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ESG를 보여주기식 구색 맞추기로 접근한다면 'ESG 워싱'이라는 더 큰 비난을 초래할 것이다. ESG가 우리 산업과 국가 전반에 미칠 선한 영향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보다 긴 호흡으로 진정성 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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