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보면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보면

악필보다 악심이 문제

  • 승인 2021-06-1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모 방송에서는 6월 14일 '뉴스 추적- 따릉이에 악필 방명록까지 이준석 돌풍 화제'를 방송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기자로 이 방송을 유심하게 봤다. 다음은 방송된 내용 일부이다.

= ["36살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행보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중략) ▶앵커 질문: "이준석 대표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온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요.

▶기자 답변: "이 대표는 어제(13일)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이 같은 모습에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이 대표는 그만큼 우리 정치가 뒤처졌다는 의미로 평가했습니다.(중략)

▶앵커 질문: "온라인에서는 이 대표가 현충원에서 쓴 방명록도 화제라면서요? ▶기자 답변: "네, 직접 이 대표가 쓴 방명록을 한 번 보시겠습니다. 흔히, 정치인들이 당선 직후나 새해 첫날 등 현충원을 방문하면서 쓰는 거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유독 '악필'이라는 지적들이 나와 화제가 됐습니다. 다른 정치인들이 쓴 방명록과 비교해보면 악필이라는 의견도 있고 비슷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애초 이 대표 글씨체가 화제가 된 건 85년생 36살인 이 대표가 손글씨보다 컴퓨터 자판이나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대이자 이공계 출신이다 보니 이런 관심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사실 방명록 논란에 MBN 젊은 기자들의 첫 반응은 "나보다 글씨 잘 쓰는데"였습니다.(후략)] = 이른바 '이준석 악필'에 대한 반응은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민 모 전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글씨 하나는 참 명필이다"라고 꼬집으면서 이날 당 지도부와 함께 대전 현충원을 참배한 이 대표가 방명록에 남긴 글귀를 담은 사진을 올렸다고 한다.

이처럼 반응이 얼추 극단적으로 다른 걸 보면서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로서 할 말이 있어 펜을 들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중국 당나라 때에 관리를 선출하던 네 가지 표준이었다.

즉 체모(體貌)의 풍위(?偉), 언사(言辭)의 변정(辯正), 해법(楷法)의 준미(遵美), 문리(文理)의 우장(優長)을 이른다. 즉 인물을 선택하는 데 표준으로 삼던 조건을 말한다.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의 네 가지를 이른다.

하지만 스마트 IT시대인 지금도 이런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한 구습을 따라야 할까. 악필(惡筆)은 예쁘게 잘 쓰지 못한 글씨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악필이 나쁘다는 건 편견이다.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냐"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그보다는 이준석 대표의 방명록을 두고 찬반양론과 시시비비, 설왕설래하는 사람들의 심보가 문제라고 본다. 대저 흥분된 자리이거나 사람이 많은 자리에선 평소 자신의 글씨체조차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나는 이준석 대표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그 많은 기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글씨체가 명필이든 악필이든 그건 문제가 안 된다. 정작 문제는 이를 자신의 마인드와 프레임에 가둬놓고 사시(斜視)와 편견으로 오도(誤導)한다는 것이다.

평소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맑고 청정해야 비로소 좋은 글이 나오는 법과 같은 이치다. 건강이 청춘이듯 악필보다 악심(惡心)이 문제다. '시어머니는 사탕으로 만들어도 쓰다'는 속담이 있다.

상대방을 악의적으로 보면, 자린고비였던 만석꾼이 기근(飢饉)의 힘든 시절에 자신의 쌀창고를 죄 풀어 구휼미로 대방출하는 선행을 베풀어도 당최 맘에 차지 않는다. 악심이 그렇게 무섭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초경서반-홍경석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