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을 피하기 위한 과다한 살수, 하도급에 재하도급, 관(官)의 무관심, 허술한 안전장치. 비위와 안전불감증 등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뒤섞여 꽃다운 나이의 어린 학생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삶, 그 가족들의 삶마저 앗아갔다. 그야말로 사람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비극을 만든 최악의 요소들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정비사업지 내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고의 요인으로 과도한 살수를 지목했다.
시공사와 계약을 한 한솔기업과 실제 철거 작업을 한 백솔건설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요구로 인해 평소보다 많은 살수 펌프를 이용했다고 했고 현대산업개발은 지시한 적 없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진실이 어떠하든 비산먼지가 발생한다면 시공사 또는 하청업체에서 주민들에게 피해 보상을 해야 했기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물을 뿌린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하도급의 재하도급도 사고 발생 원인이다.
철거 공사 계약은 현대산업개발과 한솔이 맺었지만, 실제 사고 현장 철거공사는 백솔이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청의 하도급 업체가 계약된 금액 중 일정 부분을 제하고 다시 하도급을 준다면 공사 금액이 줄어들어 기간을 단축하거나 투입 인력을 줄이기 때문에 안전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하지면 여전히 이러한 하도급의 재하도급은 건설업계 관행처럼 지속되고 있다.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안전장치도 한몫했다. 사고 당시 감리는 부재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상주로 감리로 계약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철거 공사장 주위에 건물 붕괴 시 잔해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도 미흡하다.
결국 각종 비위와 안전불감증 등이 비극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참사는 대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현재 대전 곳곳에는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지고 있고 이 중 일부 구역은 철거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지역 내 대부분 구역이 철거가 완료됐기에 안전하다고 했다. 아직 철거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불러오지 않을까. 여전히 지역 내 가림막 하나 설치돼 있는 위태로운 철거공사장이 곳곳에서 보인다. 대전시는 철저한 현장 관리와 점검을 통해 광주 붕괴사고와 같은 비극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김성현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