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이자 충청권 최대 현안에 대해 미지근한 발언으로 지역민들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종의사당법 처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가졌다. 이 자리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인사차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회동에 이뤄졌다.
이 시장은 송 대표에게 "세종의사당법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아직 운영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아서…"라고 짧게 답변한 뒤 자리를 떴다.
송 대표로선 운영위원장 선출 등 법안 처리를 위한 절차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와 SNS 인증 등 국회법 개정안 6월 국회 처리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충청권 입장에선 달리 해석된다.
충청 최대 현안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가 너무나 원칙적인 발언에 그친 데다 당권을 잡기 이전 세종의사당 설치 드라이브를 걸었던 발언과는 온도 차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5·2 전대를 앞둔 지난 4월 22일 대전에서 가진 합동연설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5월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고 비슷한 시기 충청권 언론사와 간담회에선 "야당 대표가 뽑히면 첫 만남 때 이를 얘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제1야당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핵심을 피해 가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여의도식 화법'으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진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중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세종의사당법 6월 처리를 묻는 중도일보 질문에 "아직 입법 현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입법 현안을 파악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국회법 개정안은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민주당 홍성국(세종갑), 박완주(천안을) 의원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이 각각 대표발의 한 3개 법안이 국회 운영위에서 계류 중이다.
여야는 지난 4월 26~27일 국회 운영위에서 이 법안을 병합 심사했다. 당시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강력히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법률적 검토 시간을 더 달라며 처리를 미루자고 요청했다.
양 당은 결국 6월 국회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자는 데 합의하며 시간을 두 달 벌은 셈인데 이제와서는 이런 저런 핑계로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이처럼 세종의사당법에 뒷짐을 지고 있으면 대선정국이 본격화 되는 7월 이후부터는 법안처리가 더욱 난망해 지면서 이 사안이 자칫 대선용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답답한 국회 상황과 관련해 표결 처리를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날 국회 앞 1인시위 중 중도일보와 만나 "여야 합의가 안 된다면 이제는 다수결 원리에 따라 표결을 통해서라도 6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선 "세종의사당법은 상반기 중 처리해야 할 더는 늦춰선 안될 사안으로 신속히 검토해서 당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이달까지 법안이 통과가 안 될 경우 정치적 결단을 묻는 질문에는 "일단 6월 국회 통과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 뒤 다음 문제는 그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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