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중략),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2만8000여 명의 선거인단은 모바일과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했고, 당선자도 당원 투표(70%)와 일반여론조사(30%)를 합산해 가렸다. 당원투표에서 당심(黨心)은 근소한 차이지만 청년 이준석을 선택하지 않았다. 반면 일반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그를 당 대표에 올려놓는 역사를 썼다. 정치적 지지 정당을 떠나 기성정치의 구태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국민적 자각이 표심으로 작동한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대표 체제는 물론 한국 정치 발전을 향한 변화의 성패는 이 대표의 '변화에 대한 도전'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전통적 당원들'을 어떻게 관성과 고정관념에서 깨워 새로운 정치변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당원과 국민이 30대 청년을 당 대표로 밀어준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한 치밀한 밑그림이며 청년 이준석 개인에 대한 팬덤과는 구별해야 한다는 평가도 엄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옷을 매일 바꿔 입는다고 사람의 근본이 쉽사리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식의 국민의 불안한 눈빛을 하루속히 불식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까지 국민의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의지와 능력이 의심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국민은 절대 짧지 않은 근대사의 상당한 부분을 정치 실종의 시간으로 살아왔고 직업정치인으로 자리 잡은 정치인들은 계파를 만들고 극단적 투쟁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 메시아처럼 청년들이 밀려오게 되었다.
이들 청년은 소위 MZ세대로,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인터넷과 휴대폰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유연하며 최신 트렌드 소비와 자신의 가치실현을 위해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념보다는 실질적 이익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 일등과 꼴등이 함께 손잡고 가는 것이 정의라고 믿는다.
인류사에서 예나 지금이나 정보는 곧 힘이다. 농사를 짓던 시대에는 지긋한 연륜이 곧 유용한 정보를 상징했다. 현대는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이 이를 대체했으며, 이에 능한 MZ세대는 순식간에 정보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 정치의 구태를 한꺼번에 훌쩍 뛰어넘게 해주려고 신이 보낸 선물처럼 여겨진다.
선거에 막대한 자금을 살포하고 사람을 대규모로 동원하던 정치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SNS로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소통하는 정치로 판이 바뀌고 있다.
이 대표 체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고정관념과 관성에 대한 파괴'라고 본다. 그는 이미 국회에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면서 기존 정치권에 따끔한 경종(警鐘)을 울리고 있다. 동요 '자전거' 가사처럼 '따르릉' 소리에 얼른 비켜나거나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 날 기세다. 상당수 국민은 이번의 변화가 한 정당 지도부의 세대교체에 머물지 말고, 한국 정치가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도약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준석의 '변화에 대한 도전'이 곧 기존 정치권의 인위적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정치참여 세대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져서 젊은 세대의 관심과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다. 신체적 나이에도 불구하고 청년 못지않게 젊은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진 올드보이들도 소중하다. 이들의 약진도 청년들과 함께 존중받는 정치풍토의 대전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쯤 되면' 집권당의 응수가 궁금해진다./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