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대전네거리 4번출구 버스정류장의 모습. 뒤로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
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붕괴나 낙석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전시는 현장점검에 나서 정류장 임시이전과 펜스 추가 설치 등 안전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다.
12일 행정당국에 따르면 지난 9일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변 버스정류장으로 무너져 내렸다.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 됐고, 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조사결과, 인명피해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위험이 컸던 버스정류장을 사전에 옮겼다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철거 시공사, 시행사는 물론 담당 자치구에서도 정류장 이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업계의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행정기관의 안일한 대처가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대전지역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대전 서대전네거리역 4번 출구 정류장 옆 건물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정류장과 건물 간 거리는 두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주변 거리를 통행하고,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많았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로 위험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컸다. 이들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천 가림막에 불과했고, 외벽 자재와 벽돌 파편이 가림막 안쪽에 수시로 떨어졌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대전역과 한밭도서관 등 주요 지점을 다니는 버스가 이곳에 정차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며 "얼마 전 광주 사고도 그렇고, 공사장 옆이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대전 탄방역·대전고용센터 정류장의 모습. 뒤편엔 홈플러스 탄방점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
근방이 번화가라 유동 인구가 많고, 정류장엔 시민 6~7명이 버스를 기다렸다. 이곳은 충남대와 한밭대, 목원대를 거치는 버스가 다수 정차한다. 시민들은 정거장 바로 뒤가 철거 현장이란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 강모(26)씨는 "안전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지 않느냐"며 "혹시나 무너지진 않을까, 뭐라도 떨어지진 않을까 무섭다. 정류장을 임시로 옮기는 방법 등을 찾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두 곳 외에 재개발·재건축 또는 공사가 진행 중인 구역 인근 정류장에서 만난 시민들도 하나같이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안전대책으론 정류장 이전이나, 안전시설 강화 등을 들었다.
대전시는 현장점검을 통해 공사장 주변 버스정류장 상황을 살핀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광주 사고 이후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은 만큼 현장에 나가 상황을 살필 것"이라며 "정류장 이전, 안전관리 강화 등 시 차원에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을 강구 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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