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선거에서 승리하면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정치권의 암묵적인 불문율인데 이를 깨고 대전행을 택한 이 대표의 파격 행보에 깔린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14일 오전 7시 30분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당직자 20여 명과 대전 현충원을 참배한다. 이 대표의 대전행은 천안함 유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는 6·11전대 직전 국방부 앞에서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가족을 만나 대전현충원 참배를 약속했다. 대전현충원에는 천안함과 연평해전 참전용사들의 묘역이 있다.
'0선' 당대표로 여의도에서 닳고 닳은 중진을 이끌어야 하는 자신을 향한 '불안감', '가벼움' 등의 이미지를 털고 보수진영의 전통적 가치인 안보를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천안함 함장이 부하들을 수장시켰다'는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의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가운데 안보 이슈를 고리로 여당에 각을 세우고 지지층 결집을 위함이기도 하다.
내년 차기 대선을 전략도 깔렸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전통적 스윙보터 지역으로 중원의 민심을 얻지 않고선 국민의힘이 내년 차기대선에서 정권 탈환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 대표로선 상징성이 큰 첫 행보를 충청권 최대 도시 대전으로 정하면서 중원에 대한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 대전현충원 참배를 수행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은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 대전행은 내년 대선에서 충청권을 안고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당 대표들은 통상 지역 행보에서 그 곳의 현안을 언급하기 마련인데 대전을 찾은 이 대표가 언론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관련 언급이 나올는지도 촉각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6월 국회에서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이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는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는 미지근한 스탠스를 보여왔다. 기존 여의도 정치와는 '다름'과 '혁신'에 대한 기대를 안고 당선된 이 대표는 어떻게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2017년 대선에서 국회 세종시 이전을 공약했고 중도 보수를 지향했던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유승민 전 의원 최측근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밖에 대전 K바이오 랩센트럴 센터유치, 충남 서산민항 유치, 충북 광역철도 청주 도심 통과 등에 대한 지역 현안에 대한 언급도 나올 지도 관심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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