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기금은 수십 년 동안 적립만 하고 있을 뿐, 사용처가 뚜렷하지 않고 일부는 목표액을 달성하지도 못해 정체성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시 기금 운용 방침에도 실효성이 낮은 사업의 예산 전환과 목적달성 기금 폐지, 유사기금 통·폐합 등이 명시돼 있어 설립 목적에 대한 명확한 대전시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최근 회의에서 대전시의 무분별한 기금 운용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문제가 된 기금은 과학기술육성기금과 남북협력기금, 농업발전기금, 근로복지기금이다. 위원들의 공통된 지적은 '적립한 기금을 왜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느냐'였다.
과학육성기금은 1998년 설치했고 약 16억 원으로 전체 기금의 0.17%를 차지한다. 다만 기금을 조성한 지 23년이나 됐지만, 목표액인 20억을 달성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사용처 또한 명확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약 11억 원이 쌓인 근로복지기금도 마찬가지다. 기금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본래 목적과도 거리가 있다. 또 과거 고금리 시대에는 기금 이자로도 충분히 기타 사업이 가능했지만, 저금리인 요즘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사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예결위원인 이종호 대전시의원은 "20년 넘은 기금은 10억 정도 조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금 활용을 못하고 있다.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어떻게 할 것인 계획을 마련해달라"며 "장학금 등 일회성이 아닌 적극적인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승호 대전시의원은 "농업발전기금에서 쓰는 보조금이 다수 있는데,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기금은 해당 과에서 필요에 따라 설치했고, 그 용도에 맞게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예산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십 년 동안 목돈을 쌓아두고도 활용하지 못해 대표적인 ‘소극행정’ 행태로 꼽히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결위가 지적한 기금과 관련해 실·국에서 검토 중이다. 기금은 해당 과에서 책임을 갖고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게 원칙이고, 통·폐합도 유사 기금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처를 적극 발굴하는 것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육성기금은 과학수도를 표방하는데, 더 적극적인 활용을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2019년 설치한 지역균형발전기금은 용처를 제대로 하고 있어 모범사례로 꼽혔다. 다만 일부 기금은 질책과 개선을 제시했다. 보완하고 검토해서 시민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협력기금은 42억 원이다. 다만 지자체가 사용처를 단독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와는 다르다. 향후 남북 관계가 완화될 경우 지자체 이름으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금을 쌓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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