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김재경 작가 "사찰 도량과 사물측정 도량의 유사함, 이번 작품의 씨앗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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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재경 작가 "사찰 도량과 사물측정 도량의 유사함, 이번 작품의 씨앗 됐죠"

'2021 아트랩대전' 첫 번째 '김재경 작가전'
29일까지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 프로젝트룸

  • 승인 2021-06-10 17:31
  • 수정 2021-06-11 10:18
  • 신문게재 2021-06-11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재경모습
'2021 아트랩 대전'을 통해 첫 개인전을 여는 김재경 작가가 자신의 작업실 한켠을 인용한 전시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찰의 도량과 사물을 측정하는 도량의 발음이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어요. 자주 들르던 사찰에서 얻은 경험이 씨앗이 돼 이번 작품으로 확장됐죠."

이응노미술관 신수장고 M2 프로젝트룸에서 진행하는 '2021 아트랩 대전' 첫 문을 연 김재경 작가는 길이를 재는 자와 양을 재는 되로써의 도량에 인간의 정신을 담아냈다.

'아트랩 대전'은 대전지역 출신이면서 지역에 연고를 둔 청년 작가들에게 예술 경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응노미술관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창의성과 실험성을 바탕으로 시각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지원한다.

올해는 총 6명의 작가가 오는 11월까지 월 별 한 명의 기획전시 형태로 진행하며, 지난 8일에 시작된 이번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김재경 작가의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사찰의 도량과 측정 도구로써의 도량에서 착안한 모티브와 조형미가 어우러져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됐으며, 총 9점을 선보인다.

김재경-누에봉분
무덤 그릇<가변설치, 아크릴 반구, 누에고치, 2021>
김재경-산수
산수<1275×1275, 종이, 나무, 합판, 2021>
용기에 물이 담기듯 우리의 내면을 도량에 녹이는 과정을 통해 사물을 너그럽게 용납해 처리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깊은 생각으로 확장으로 종이와 나무, 합판 등 자연소재를 통해 정갈한 절제미가 돋보인다.

대전지역 출신 김재경 작가는 2006년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한 후 2010년 래드닷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 이어 2012년 지식경제부 주관 차세대 디자인 리더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요 단체전으로 2010년 레드닷 디자인 뮤지엄(Singapore)을 비롯해 2011년 아름지기 가구전(삼성 플라토 뮤지엄과 파리 Maison&Objet), 2011년 VOSKEL(파리 gallery), 2012년 Tent London·100% 디자인(런던), 2013년 WOOL MODERN(서울 아라갤러리), SaloneSatellite(밀라노)다.

2015년에는 Shadow object(서울 COS 청담갤러리), NOW(파리 프랑스장식미술관특별전), 혼자사는법(서울 커먼센터), 2018년 법고창신 Constancy and Change in Korean Craft(밀라노 트리엔날레), 2019년 CRAFT KIOSK展(서울 성수 코사이어티)을 가졌으며, 2017년부터 올해 독일 함부르크 민족학 박물관과 BIG(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전시했다.

김재경-문
열리고 닫히는 문들<1155×1360×150, 종이, 나무, 합판, 2021>
이번 작품에 대한 고민은 5년 전 딸아이를 출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할머니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작품세계가 정화됐다. 김재경 작가는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적인 재해석을 주제로 디자인을 해오다가 출산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라며 "나에게 맞는 신소재가 무엇이며, 어떤 방식이 내 옷일까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자주 다니던 유성의 한 사찰을 방문했다가 문살의 모양과 소재, 목재의 질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곳의 바람소리와 빛의 투명도를 느끼며 이번 작품의 주재료인 가벼운 나무조각을 착안해냈다. 김 작가는 "집에 돌아와 10년 전 무늬목 샘플북을 우연히 발견했고, 테스트를 거쳐 첫 두어 개 작품을 만들었다"라며 "과거 어둡고 무거운 실험적인 시도를 많아 해오다가 지난해 할머니 소천을 경험하면서 작품세계가 크게 변화했다"라고 설명했다.

빛-기둥
빛-기둥 N0.1-4, 4EA, 종이, 나무, 합판, 3D프린팅, 조명, 2021>
이번 작품 중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서사가 눈길을 끈다. 김 작가는 "90대에도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맛을 구분할 정도로 트랜디한 여성이었다"라며 "강아지 같은 봉제인형 패치워크를 즐기셨는데, 미술 전공자 시각으로 바느질의 완벽한 모양을 보며, 혈육이 아닌 앞선 세대를 살다 간 한 여성으로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할머니의 기억을 통해 한 땀 한 땀 나무슬라이스를 종이에 붙이는 과정 속에서 옛 여인들의 길쌈이나 바느질 등 단순 반복적인 작업의 위대함을 발견, 가내수공업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김복수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연구사는 "길이, 양, 무게를 재는 '도량형'이라는 주제는 그녀가 최근 개념으로 도입하면서 전환적인 작업으로 실험하고 있다"라며 "'도량(道場)'에서 '도량형(度量衡)'으로 '튀어 오름(Elan Vital)'의 개념은 법당 안 의식의 수행적 지점과 물질적 단위를 측정한다는 계산적인 측면의 융복합의 기이한 접속이 개념적 지점과 형태로 이어졌다"라고 평론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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