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중년의 여인
직업상 나이는 비밀이라는데
청소에 이력이 난 손놀림이 노련하다
청소일을 많이 하다 보니
약품과 세제 냄새로 위와 폐가 망가졌다며
몇 마디 던진 말과
어깨 너머 보이는 창백한 얼굴은
깊게 팬 주름살보다 더 시리다
일찍 서둘러 오느라
아침 식사도 거르고 왔는지 주방 한쪽에서
보온병에 싸온 흰죽을 먹고 있었다
저 순한 흰죽으로 속을 달래고
여자는 또 그 독한 냄새를 마실 것이다
봄비가 그친 오후
청소를 마친 집안은 지미추 향기가 피어났지만,
그 흰죽을 떠 먹던 여자는 슬픈 눈빛을
말간 창문에 걸어두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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