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우리도 따뜻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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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우리도 따뜻할 수 있을까?"

오경택 세종행복교육지원센터 장학사

  • 승인 2021-07-01 09:15
  • 신문게재 2021-06-11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오경택 증명사진
오경택 세종행복교육지원센터 장학사
아이의 자존감을 뺏는 가장 큰 도둑은 사과하지 않는 부모이다. 부모라고 해서 아이에게 잘못이 없겠는가. 아이를 향한 부모의 진심 어린 사과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인다. 아이를 동등한 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시작점이다.

올해부터 세종시 동지역 전체 11개 주민센터(복컴)에서 마을방과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2019년 2개소를 시작으로, 그다음 해 6개소, 그리고 드디어 올해 동지역 전체 복컴으로 마을방과후가 확대된 것이다.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이 학교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학교 밖에서도 안전한 배움터가 동지역 전 마을로 열린 것이다. 코로나로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배움터는 문을 닫는 지금, 아이들에게 학교와 같이 안전한 배움터, 복컴 마을방과후의 확대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전국 최초이자, 세종시만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까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 마을방과후 선생님들의 많은 노력, 그리고 시청과 교육청의 협력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때때로 다른 온도차를 느끼곤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면 되지, 굳이 복컴까지 올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어른들, 주민센터에서 수업하는 아이들을 향한 낯선 눈빛, 빼곡하게 꽉 찬 어른 중심의 주민자치 프로그램, 그 빈 시간을 고려해서 짜야 하는 마을방과후 시간표, 아이들의 왈작지껄한 수업이 다소 업무에 방해된다는 웃음 섞인 민원. 이렇게 때론 아이들은 주민센터에서 불청객이 된다.

이런 어른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 아이들은 세종의 시민인가? 그동안 우리 어른들은 아이에게 미성년이라는 굴레를 씌어 시민으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빼앗지 않았는가. 아이들은 투표권인 일부 참정권만 제한될 뿐, 어른들과 똑같이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지닌다. 복컴을 이용할 권리에서 어른에게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올해 전 지역으로 확대된 복컴 마을방과후는 이런 의미를 지닌다. 어른과 같이 동등하게 시민으로 대하고, 복컴을 비롯한 각종 공공시설도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아이들에게 찾아주는 그 시작점인 것이다. 시청과 교육청이 함께 협력하여 만든 세종행복교육지원센터에서는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복컴 마을방과후 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올해 미래교육지구로 선정하여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복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어른들의 시선이다. 우리 아이들을 불청객으로 보는 눈빛이 아니라 따뜻하게 바라보는 어른의 눈빛이 필요하다. 동등한 인격체로 아이에게 사과할 때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처럼, 똑같은 시민으로 우리 아이들을 인정하고 대할 때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세종의 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시민으로 키우는 것, 그것은 우리의 따뜻한 눈빛에 달려있다. 우리도 따뜻할 수 있을까?

/오경택 세종행복교육지원센터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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