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9일 "한 없이 부끄럽고 아프다"고 자책했다.
박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80대 국민과의 전화통화를 소개하면서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을 위한 정치인이 되겠다는 신념이 맥없이 물거품처럼 무너져 내리는 허망이 밀려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침에 일반번호가 찍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며 "국민소통수석이 민원창구인 줄 알고 계신 분들이 많기에 모르는 전화지만 무조건 받았다"며 그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이어 "힘든 목소리의 어르신께서 전화를 받아주어 고맙다며 슬피 우시며 떠듬떠듬 말씀하셨다"며 "아내가 한달 전에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소식도 모르겠고 자식들은 전화도 안 되니 너무 막막하여 어찌 살 줄을 모르겠다고 너무 슬피 우셨다"며 애달파 했다.
박 수석은 그러면서 "한 참을 말 동무를 해드렸더니 조금 진정이 되신 듯 해 조심스럽게 전화를 끊었다"면서 "그 지역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주소와 성함을 알려드리고 긴급 생계지원을 검토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하루종일 어르신의 처지가 염려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며 "오늘 밤 어르신께서 외롭지 않으시기를 기도한다. 내일 아침에 전화라도 한 통 드려봐야 겠다"고 마무리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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