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현인의 '꿈속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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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현인의 '꿈속의 사랑'

  • 승인 2021-06-08 12:05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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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 드라마 '마인'에서 오랜만에 옛날 노래를 들었다. 현인의 '꿈속의 사랑'.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드라마에서 재벌 회장이 대궐같은 대저택 지하에 아무도 모르게 '아지트'를 조성해 놓은 걸 큰아들이 발견했다. 거기엔 진정으로 사랑했던 딴 여자와의 추억이 간직돼 있다.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찍은 흑백사진들과 그리고 레코드를 얹으면 이 노래 현인의 '꿈속의 사랑'이 아련하게 달콤하게 흘러 나온다. 얼마나 애틋하길래 죽은 여인을 잊지 못해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 놨을까. 돈 많은 재벌 회장에게도 순정이 있었나. 그런 남편을 향한 늙은 부인은 아방궁같은 아지트를 발견하고 질투로 활활 타올라 다 때려 부순다. 남녀사이의 삼각관계야말로 지극히 정치적이다. 딴 여자를 맘에 두고 있는 남편을 향한 저주에 가까운 여자의 패악은 애처롭다.

브람스는 슈만의 부인 클라라를 처음 본 순간 운명적인 예감을 느낀다. 스승의 부인 클라라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 불같이 타올랐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클라라는 이미 남의 여자인 것을. 브람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클라라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버텼다.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 이토록 끈질지고 집요할 수 있을까. 정말 사랑인가, 집착인가. 분명 클라라도 브람스의 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음악가로서 다행이라면 이런 고통과 고뇌가 있어 명작이 태어났을 터.

대학 4학년 때 교생실습을 나갔던 중학교에서 갓 결혼한 남자 교사를 만났다. 나 역시 처음 봤을 때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항상 그 교사의 동선에 신경이 쏠렸다. 그가 결혼한 기혼자라는 건 안중에도 없었다. 내 감정이 중요했다. 한창 피가 뜨거운 20대 아니던가. 그도 내 마음 같았을까. 서로 주고받는 말과 말들이 들떠 있었다. 그 말의 행간엔 우주보다 더한 의미심장한 의미가 내포됐다. 정신못차릴 정도로 몰입이 거셌다. 결국 교생실습이 끝나고 대전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친구와 후배들은 펄쩍 뛰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일시적인 감정이다", "결혼한 남자인데 그럴 수 있냐. 정신차려라"…. 다행인지 만나기로 약속한 날 엇갈려 못 만나고 말았다. 그 후로도 못 만났다. 나도 그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만나선 안된다는 것을.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때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한다. '다시 못 볼 꿈이라면 차라리 눈을 감고 뜨지 말 것을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신라의 달밤'의 독특한 창법의 현인의 달콤한 목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청춘의 한 시절이 그렇게 꿈결처럼 지나갔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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