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전 대전시티즌 감독이 2011년 7월 6대 대전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유니폼을 들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대전하나시티즌) |
팬들에게 말춤을 선보이겠다던 유상철 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감독이 암 투병 끝에 7일 오후 숨졌다. 유 전 감독의 소속 구단이었던 인천유나이티드는 "이날 오후 7시경 서울 아산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유 전 감독은 대전시티즌이 승부 조작 파문으로 뒤숭숭했던 2011년 7월 대전시티즌 6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춘천기계공고 감독이었던 유 전 감독은 선임 이틀 만에 선수단 훈련 캠프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구단 프런트를 놀라게 했다.
취임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유 전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팀을 빠르게 정비했다. 9명의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해 팀을 떠나며 난파선이나 다름없었지만, 여름 이적 시장에서 '미친 왼발'로 불렸던 이상협을 제주로부터 임대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단을 보강했다.
유 전 감독 취임 후 대전은 3승 3무 6패의 성적으로 2011시즌을 마감했다. 1승도 어려울 것이라던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팀 재건에 성공한 것이다.
이듬해 대전은 대대적인 리빌딩을 거쳐 유상철 체제로 팀을 개편했다. 시즌 시작 전 맏형 최은성이 팀을 떠나는 돌발변수가 있었으나 외국인 선수 케빈을 비롯해 정경호, 김형범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을 중용했고 김병석, 이웅희 등 숨어 있던 보석을 발굴해 전력화시켰다.
강등권 싸움이 한창이던 10월 강원과의 경기에서 5-3의 대승을 거둔 유 전 감독은 결승골을 넣은 케빈이 말춤 세리모니를 선보인 것에 대해 "팬들이 원한다면 서비스 차원에서 말춤을 보여 드리겠다"며 취재진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2012시즌 마지막 경기 후 서포터석을 향해 "언젠가는 대전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떠난 유 전 감독은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이 대전월드컵경기장 남문에 고 유상철 감독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유 전 감독의 추모 공간은 이달 19일까지 운영된다(대전하나시티즌) |
고인과 함께 한일 월드컵 영광을 이끈 이민성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계의 큰 별이 졌다. 유 감독은 축구 실력은 물론 인간적으로 모든 축구인들의 귀감이 되는 분이셨다. 아직 할 일이 많으신 분인데 너무 빨리 곁을 떠나신 것 같아 안타깝고 슬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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