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노골적인 패싱에 이어 여당마저 슬그머니 발을 빼는 뉘앙스를 보이면서 자칫 내년 차기 대선용 전락 우려를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박완주 의원(천안을) 7일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운영위원장이 뽑히면 6월 안에 처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책위의장실에서 가진 기자들과 현안 간담회에서 "지난 지도부에 대해서도 운영위에서 충분히 논의된 사안인데 법안 처리 절차가 상임위원장 선출과 맞물려 있다 "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할 경우 민주당 단독처리도 불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전 국민 관심사이긴 한데 세종시법은 그 정도(질의 응답을 갈음했으면 한다)…"라며 "운영위원장이 없는 데 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앞서나가는 예측으로 상식선에서 처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야는 국회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 정무위원장, 외통위원장 선출을 놓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박 의원의 이날 발언은 세종의사당법 설치를 위한 절차를 강조하면서 운영위원장 선출 뒤 논의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듣기에 따라선 다른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6월 국회 처리 방침에서 다소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박 의원은 지난달 17일 충청권 기자들과 간담회에선 "여야 합의 처리가 우선이지만 단독처리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온도 차가 확연, 여당의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새 당 대표를 선출하는 6·11 전대를 앞두고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5명 당권 주자 모두 세종의사당법 6월 처리에 대한 공식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원내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이날 세종의사당법 처리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통상 지역별 순회행사에선 지역 현안 해결을 강조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에 대해 거론하지 않은 것은 6월 국회 처리 의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세종의사당법은 국회 운영위에서 계류 중이다. 지난 4월 26~27일 논의에서 민주당은 처리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법률검토 등을 이유로 추가 논의 시간을 달라고 해 6월에 처리키로 합의한 바 있다.
6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각 당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는 7월 이후엔 법안 처리가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백신 접종과 재난지원금 지급, 남북관계, 개헌 등 거대 담론에 우선순위에서 밀려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후엔 표 계산을 따지는 각 당 대선 전략에 함몰되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이자 충청권 핵심현안인 세종의사당 설치가 이른바 대선용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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