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김화자 명인.본보는 제천시 의림지에서 김 명인과 국악인생에 대해 인터뷰했다.손도언 기자 |
국악인들은 7글자만 들어도 흥분된다고 한다. 전주대사습놀이 대회에서 우승만 한다면 바로 '명인·명창' 칭호를 받는다. 그래서 이 대회는 국악인들의 등용문으로 통한다. 국악인들은 또 전주대사습놀이에서 부문장원을 노린다. 수십년 간 수련해 온 노력이 이 대회 장원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기 때문이다. '전국 국악대회 여러 번 우승한 것보다, 전주대사습에서 우승 한번이 더 값지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해 1000여 명의 학사출신 국악 전공자들이 배출되는데, 이들의 가장 큰 목표도 '이 대회 장원'일 정도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조선 후기에 성행했다가 중단됐다. 1975년에 복원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악경연대회다. 앞서 조선 후기에 성행했지만 1600년대 조선 숙종 때 마상 궁술대회에서 시작됐다는 기록도 있다.
그런데 충북 제천에서 전주대사습놀이 '시조부문 우승자'가 나왔다. 그 주인공은 김화자(70·제천시 모산동) 씨다. 그는 현재 (사)대한시조협회 제천지회장을 맡고 있다. 김 지회장은 최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 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김화자 명인.본보는 제천시 의림지에서 김 명인과 국악인생에 대해 인터뷰했다.손도언 기자 |
김 명인의 귀는 정확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2006년 10월 제20회 공주 전국 시조경창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시조를 배운지 2년 만에 전국대회 첫 우승이다. 이후 제20회 광주 임방울 국악제 시조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하는 등 전국대회를 휩쓸어 갔다.
웬만한 전국대회는 우승까지 맛봤지만 '전주대사습놀이'만큼은 예외였다.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대회이자, 국악인들의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는 그에게 '마의 벽'처럼 느껴졌다. 6번이나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였다. 그리고 7번째 도전. 가장 자신 있었던 사설시조로 다시 도전했다. 결국 마의 벽을 깨고 '전주대사습놀이 장원'까지 올랐다.
그는 "그날따라(전주대사습 결승전) 굉장히 컨디션이 좋았고, 자신감도 컸다. 이상할 만큼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그의 장원 소식에 크게 기뻐했다. 이 시장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제천을 빛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전주대사습놀이 시조부문 장원은 국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전주대사습놀이 우승자는 서울지역 등과 국악의 고장인 전라지역에서 대부분 차지했다. 그런데 국악의 불모지로 여겼던 충북에서, 그것도 제천에서 장원을 차지해 국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김화자 명인.본보는 제천시 의림지에서 김 명인과 국악인생에 대해 인터뷰했다.손도언 기자 |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한 김화자 명인.본보는 제천시 의림지에서 김 명인과 국악인생에 대해 인터뷰했다.손도언 기자 |
그는 "우리의 전통음악인 시조창을 대중들에게 더 보급할 계획"이라며 "어느 지역을 떠나서 우리의 전통음악은 세계적인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박모(45·제천시 청전동)씨는 "제천은 석탄과 시멘트 등 딱딱한 도시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김화자 선생님의 장원으로 부드러운 도시로 탈바꿈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전주대사습놀이는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한국전통문화의전당과 전주덕진예술회관 등에서 판소리, 무용, 가야금 병창 등 13개 분야로 개최됐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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