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꼰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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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꼰대는 누구인가?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6-06 08:5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꼰대'라는 말은 사회적 지위가 자기보다 높거나 나이가 자신보다 많아 상대하기가 거북한 대상을 지칭하는 은어 또는 속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생님을, 자식들 사이에서는 아버지를, 그리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늙은이를 꼰대라고 부르곤 했다. 꼰대는 사회적 지위와 나이의 차이로 인해 상대하기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배척해야 하는 그런 대상은 아니었다. 원래의 꼰대라는 말 속에는 상대를 비하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지는 않았다. 친한 친구들끼리의 대화 속에서는 자기 아버지를 지칭하면서 '우리 꼰대'라고 부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되어온 꼰대라는 말의 의미가 언제부턴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꼰대는 기피하고, 배척하고, 저항해야 하는 대상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권위주의, 일방성, 폐쇄성 등을 꼰대 집단이 갖는 특유의 사고 및 행동방식으로 보는 경향이 넓게 확산된 결과다. 이런 과정에서 생겨난 말이 꼰대질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꼰대질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다. 꼰대질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크게 지탄을 받고 있는 갑질과 마찬가지로 청산되어야 할 과제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꼰대 담화가 고령자에게 미치는 낙인 효과는 엄청나게 크다. 고령자에 대해 '이해심 없는' 고집쟁이 이미지를 심어주어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약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꼰대 담화는 사회적 지위의 배분 과정에서 나이 든 사람들을 배제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꼰대는 세대 간 갈등에서 젊은 층이 활용할 수 있는 전천후 무기가 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꼰대라는 낙인이 나이 든 사람들로 하여금 무력감을 갖게 하고 정신적으로 위축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고령자들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기도 한다.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는 자신의 꼰대 성향의 수준과 유형을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도구들이 올라와 있어 손쉽게 자기 검열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꼰대질은 정말로 고령층의 전유물일까? 꼰대질의 핵심이 자신의 협소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형성된 사고와 행동방식을 고수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면, 이러한 행동 특성은 결코 고령층의 전유물이라 보기 어렵다. 어떤 점에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방식을 지키려고 하는 폐쇄성은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는 매우 보편적인 행동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꼰대질은 나이 든 고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젊은 층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꼰대는 사회로부터 오는 새로운 정보로부터 단절된 상태에서 과거에 형성된 생각과 행동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꼰대 성향의 수준은 크게 보아 사회적 교류의 범위와 강도 그리고 독서의 범위와 양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 범위를 강조한 것은 다양한 자극에 노출될수록 사고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한 사람의 독서의 범위와 양은 그 사람의 꼰대 성향을 측정할 수 있는 보다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독서야말로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그 깊이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지난 6개월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기간 동안에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을 했다고 하더라도 높은 등급의 꼰대 상태를 결코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그가 오랜 과거에 아무리 많은 전공서적과 일반 교양도서를 읽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읽지 않으면 역시 꼰대 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읽지 않으면 30대 젊은이도 꼰대가 되고 지금 읽으면 80대 늙은이도 꼰대를 면할 수 있다.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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