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
비슷한 시기에 대전시가 5개구를 순회하며 '3대하천 도심 속 푸른물길 그린뉴딜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 하천 주변에 다리, 도로, 각종 시설물 설치가 주요한 내용이다. 애초에 환경단체는 이 사업이 그린뉴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재수립하라는 요구를 해왔고, 이 사업을 진행하는 전제로 논의하는 해당 협의체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대전시는 주민들을 모아둔 자리에서 그린뉴딜이 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하천에 하고 싶은 것을 말해보라'는 식으로 진행해갔다. 이게 그린뉴딜이 맞냐는 환경단체의 질문은 뒤로하고, 대전시 스스로 '하천에 뭘 놓는 사업'으로 스스로 규정짓는 현장이었다. 심지어 스스로 꾸려둔 협의체에 관련 공유나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주민설명회는 진행되었고 일부 위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의견은 서면으로 제출하시고, 회의는 하반기에 열린다'고 통보해왔다고 한다. 대전시 '3대하천 도심 속 푸른물길 그린뉴딜' 사업은 대전시 생태하천과에서 진행한다.
같은 부서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 맞나 싶게 너무 큰 간극을 경험하면서 행정과의 거버넌스에 대한 회의감을 피할 수 없었다. 대전시의 '행정 편의주의'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사업 추진을 위해서라면 거버넌스, 숙의, 소통 등의 민관협치의 기능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역 환경단체가 행정추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대전시가 하는 일을 무조건 반대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3대하천 그린뉴딜 사업 관련해 대전시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이의를 제기해도, 지역사회의 화학사고 대비체계 만드는 일은 중요하기에 행정과 공동 신청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그린뉴딜 정책이라면,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정책에 예산이 쓰여야 하기 때문에 대전시의 시설 위주 정책을 비판하며 바꾸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누구에게만 좋은 일이 되지 않도록 공공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내야 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대전시는 '왜 협의체에 들어오지 않고 비난만 하느냐', '모든 것을 환경단체와 상의할 수 없다' 라는 볼멘소리를 하기 전에 대전시 스스로가 환경과 관련된 거버넌스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협의체를 만들어 자문의견을 듣는 정도로 거버넌스를 생각한다면 대전시는 거버넌스 방식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형식이 아닌 실행을 위한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면 이야기를 듣고 조정할 수 있는 방향을 서로 협의해 보는 것이다. 소통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더 나은 해답을 찾아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 그린뉴딜 정책,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만 생각해도 지금 하는 일에 자문의견 정도 받아 또 다른 일들을 더 하는 수준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실행력을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 전체의 그림을 그리는 작업부터 가야한다. 지금 도시의 체계, 시민생활의 틀,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과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들과 실행력 있는 거버넌스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합의와 변화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지난 주말 열린 P4G에서 정부와 지자체들은 또 탄소중립 선언이라는 화려한 쇼를 했고 전국의 환경단체들은 선언 뿐인 탄소중립을 비판했다. 이제 쇼는 그만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테이블에 앉길 바란다. 그 테이블은 거버넌스의 구성부터 시작이다. 그 테이블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 계획을 실행하고 평가하는 일, 평가 후 재수립하고 다시 실행하는 지난하고 끈질긴 과정을 거칠 각오부터 하시라. 탄소중립이 말로 선언해 되는 일이 아님을 우리 너무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은가.
/대전충남녹색연합 박은영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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