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향'이라고도 하는, 이것은 꽃이나 향수병에서 나는 것이 다반사일 것이다. 하지만 음식이나 차(茶)에서 느껴지는 향도 있고,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인품의 향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향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인향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한다.
한국효문화진흥원에서 근무중 카톡 문자가 왔다. 대한통운 배달, 유산균 제품이 아파트 문앞에 배달됐다는 문자였다. 퇴근해서 택배 포장을 뜯어보니 유산균 건강기능식품이었는데,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택배물의 안팎을 샅샅이 살폈으나 발신인은 보이질 않았다. 잠시 고심하다가 택배물을 보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송장번호를 말하니 보낸 사람을 바로 알려 주었다.
알고 보니 2천 년대 둔산여고 제자였던 김민정의 자모, 김성연 여사께서 보내주신 거였다.
장 건강과 면역력 증강에 좋다는 '유산균 건강기능식품'을 4개월분이나 보내주신 것이었다.
요즈음처럼 각박한 세상에 십 수 년 전 당신의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딸의 선생님이었던 나까지 챙겨 주시다니 마냥 감사한 생각에 순간 울컥하고 말았다.
좋은 일을 하고서도 익명으로 그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마음이 존경스러웠다.
이름도 모를 꽃으로부터 스며드는 진기한 향에 취하는 느낌임에 틀림없었다.
보통 현인들이, '꽃의 향기는 십리를 가고, 말의 향기는 백 리를 가지만, 인품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 '난향백리(蘭香百里) 묵향천리((墨香千里), 덕향만리(德香萬里)'까지 곁들여 말하고 있으니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전에 김성연 학부모로부터 이것을 실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인향만리(人香萬里), 덕향만리(德香萬里)를 실감하는 시간이 되었으니 이 어찌 운 좋은 날이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얘기가 나왔으니, 김성연 여사님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봐야겠다.
예전 둔산여고 재직 당시, 여사님의 딸 김민정이 반장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여사님은 딸 민정이와 학교를 위해서 헌신적인 열정을 보이신 분이셨다. 지극정성의 모정과 사랑으로 딸의 바람직한 참교육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신 자모님이셨다. 진정한 어머니 사랑을 실감하게 한 분으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방불케 하는, 현대판 맹모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어른이셨다.
내 민정이 담임이 아니었는데도, 딸이 졸업한 후 심심치 않게 안부를 물어 오고, 견과류나 편육,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종종 챙겨 주셨다. 조건 없는 정성 사랑에 울컥한 때도 몇 번 있었다. 감사를 드리면서도 느꺼운 사랑에 몸 둘 바 몰라 하던 때가 여러 번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어니겠지만, 선행이나 좋은 일을 하는 혹자 가운데에는 하는 일로 생색내려 하거나 대가를 바라는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게 일쑤인데 김성연 여사는 전혀 그런 분이 아니셨다. 그러기에 그 인품의 향이 돋보이는 만리향을 가지신 여사님이라 칭하고 싶다.
당신의 딸이 고교를 졸업한 지도 십 수 년이 흘렀다. 나는 당신 딸의 담임도 아녔다. 허나, 안부를 종종 물어 오고, 건강기능식품까지 챙겨주셨다. 이런 학부모가 세상 몇이나 되겠는가!
향(香)이 있는 사람이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올바른, 가슴이 따듯한 분이라 하겠다. 게다가 배려하고 사랑하며 포용하는 것이 남다른 여사님이라 하겠다. 그야말로 신뢰받는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서 만인의 용광로가 되는 분이라 하겠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사랑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정작 사람냄새 풍기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분은 가정을 화목하게 하고, 나아가 국태민안(國泰民安)까지 신경 쓰는 분이니, 그 향기에 절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나라가 위태로울 땐 시공을 초월하여 살신성인하는 마음으로 덕을 베풀고 의롭게 행동하는 용기까지 있는 분이니, 인향만리(人香萬里)란 말이 그냥 나오지 않은 말임을 알 수 있다. 역사를 길이 빛낸 위인들이나 그 시대에 칭송받고 사는 분들은 모두 향이 있는 삶을 사는 증인들이라 하겠다.
시공을 초월한 덕의 베풂과 사랑을 나누며 사는 김성연 여사가 실로 존경스럽지 않을 수 없다.
졸업 후 십 수 년이 지났는데도 당신 딸의 선생님을, 마음으로 챙기고, 위하는, 김성연 여사님의 인품의 향기!
그건 어떤 지란(芝蘭)의 향기보다도 파고드는 고결함이었다.
대가와 보상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순수와 사랑의 향이어서 더욱 값진 거였다.
그 향에는 어떤 위선도, 간교도 범접할 수 없는, 감사와 포근함을 선사하는 용광로 가슴이 뛰고 있었다.
날 울컥하게 하는 학부모의 향기!
그건 천상천하 어떤 꽃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향만리의 향기 - 김성연 여사만이 가지는 보물이었다.
솔향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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