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연고를 바르듯,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글쓰기는 또 하나의 치유법이다.
박재홍 시인에게 시가 그런 의미였던 듯싶다.
태어나 생후 8개월에 소아마비로 중증 장애인이 된 시인은 열네 살까지 네 발로 기어 다녔다. 아버지와는 성격이 맞지 않았고, 박 시인의 장애는 가족 간의 불화다.
박 시인은 "바닷가에서 보던 아름다운 소라게처럼 짊어진 장애와 가난한 부모와 형제와 함께 지금껏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런 박 시인이 장애를 극복하게 된 것이 바로 시다.
박 시인은 "시는 전에 알지 못하던 것을 얻게 했고, 전에는 이르지 못했던 곳으로 인도했으며 전에는 듣지 못했던 것들을 듣게 해주었고 또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한 것은 물론 전에는 알지 못하던 것들을 알게 해줬다"며 "시를 쓰면서 사랑하는 것들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고 장애가 불편했기 때문에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근력이 됐다"고 말한다.
지난 2010년 계간 '시로 여는 세상'으로 시인으로의 활동을 시작한 박재홍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갈참나무 숲에 깃든 열 네살'이 실천문학 시인선 44번으로 발간됐다.
총 4부, 60편의 시를 담은 이 책은 오랫동안 가족사의 아픔과 그 강박감을 붙들고 있었던 장애인 박재홍을 위한 반추의 시간이자 왜곡된 세상에 상처받고 있는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들을 위로하는 화해의 시집이다.
문학평론가 박종회는 "자신이 안고 있는 '장애'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정신적 개가에 이렀다"며 "꽃과 나무, 추억과 사랑, 따뜻한 손길과 웅숭깊은 사유 등의 다양 다기한 항목들이 새롭게 그의 시를 채웠다"고 밝혔다.
시인 박재홍은 1968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지난 2012년 시집 '물그림자'가 대한민국 장애인 창작집필실에, 2014년 시집 '도마시장'이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에 선정된 바 있다. 현 '문학마당' 발행인이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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