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민간기록 관련 조례는 기록원이 건립된 이후에 제정하지만, 대전은 지지부진한 기록원 건립 탓에 조례안부터 발의됐다.
정부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국비 지원 등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다, 대전시도 재정과 부지 등 이유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대전시의회는 '대전시 민간기록물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조례안은 대전시와 관련한 민간 기록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민간기록물 대상, 수집방법을 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46조 2항에 근거한다. 조례안은 3일 열린 대전시의회 상임위에서 원안 가결됐다.
이 같은 기록물 수집과 관리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대전기록원 건립은 제자리다. 2007년 관련 법안을 제정한 이후 15년째 멈춰서 있다. 통상 민간 기록물 조례 또한 기록원을 건립한 후, 기록원에 공공기록물뿐만 아니라, 민간기록물까지 담기 위해 제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모두 움직임이 없기에 조례가 먼저 만들어진 셈이다.
공공기록물 법률에 따라 17개 시·도는 지방기록물 관리 기관 설치를 의무화해야 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국비 지원을 지속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기록원은 '지방 사무'라고 판단해 국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개원한 서울과 경남, 곧 개원 예정인 경기도 또한 자체 예산을 투입한 상황이다. 형평성 문제 등으로 국비 지원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기록원 건립 순항의 남아 있는 키는 '지자체 의지'인 셈이다. 자체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기록원을 건립할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현재 국비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자체 예산에서도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며, 마땅한 부지 또한 물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록원은 9900㎡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며, 총 사업비는 366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기록원 건립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큰 진전사항은 없다"며 "부지, 예산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올해 초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지방기록원 담당 부서와 공동대응을 논의하는 등 다방면으로 건립 순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shk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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