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mRNA 백신 개발의 비밀 무기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mRNA 백신 개발의 비밀 무기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 승인 2021-06-03 10:30
  • 신문게재 2021-06-0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new
바이오엔테크는 독일의 소도시 마인츠에 자리 잡은 기술기업이다. 2008년에 터키 이민자 출신인 우그라 사힌과 외즐렘 튀레지 부부가 세운 벤처기업으로 첨단 과학을 이용해 암 치료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전 세계가 바이오엔테크에 대해서 알게 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신음하고 있을 때 누구보다 앞서 백신을 개발하고 미국의 거대 제약회사 화이자를 통해 보급에 나섰기 때문이다. 바로 세계 최초의 mRNA 백신인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이다.

바이오엔테크는 전통적인 기술기업과는 궤를 달리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사내에 기초과학 연구를 장려하고 그 결과는 논문으로 발표해 널리 공유한다. 이처럼 근본적인 것에서 출발해 기존 시장을 흔들 만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을 '딥 테크(deep tech)'라고 한다. 성공하기까지 오랜 세월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중도에 위험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와 같은 기업을 지원하는 기금이 점차 불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mRNA 백신의 원리는 무척 간단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가진 mRNA를 주사하면 우리 몸 안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이루는 단백질, 대표적으로 스파이크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를 상대로 인체의 면역체계가 미리 훈련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mRNA로 의약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mRNA가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약효를 발휘하기 전에 빠르게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다른 물질로 '포장'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것이 간단하지 않다.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에는 '포장재'로서 지질 나노입자를 사용하는데, 지질 나노입자를 여러 겹으로 고르게 둘러싸는 것이 최첨단 기술이라고 한다. 바이오엔테크는 고맙게도 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한 과정을 논문을 통해 일부 공개하고 있다.



마인츠의 바이오엔테크 본사에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대도시 뮌헨의 근교에는 고성능의 연구용 원자로가 있다. 이 연구용 원자로는 세계 유수의 공과대학인 뮌헨공대에서 보유한 것으로, 몇 겹이 됐든 지질 나노입자를 관찰할 수 있게 해 주는 중성자 산란장치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중성자 산란장치는 빛 대신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사용하며 현미경의 역할을 하는 과학 도구다. 다만 이때 한 꺼풀씩 벗기지 않고도 한 겹 한 겹 관찰하는 마법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중수소 치환이라는 기술이다. 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로, 수소의 원자핵이 양성자 하나인 데 반해 중수소는 원자핵이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하나로 돼 있다. 중수소는 화학적으로는 수소와 거의 똑같아 구별이 어렵지만, 중성자에만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 따라서 지질 나노입자를 이루는 수소 중 일부를 중수소로 치환하면 그 부분만 색이 다른 것처럼 또렷이 관찰할 수 있다. 바이오엔테크는 이런 방법을 사용해 지질 나노입자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었다.

이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의 연구용 원자로와 중성자 산란장치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 있으나 여기에 더해 중수소 치환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세계적인 규모의 중성자 연구시설을 보유한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중수소 치환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mRNA 백신이 기초과학이 탄탄한 독일에서 개발된 것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국에 본사를 둔 아스트라제네카도 mRNA 의약품 개발을 위해 최근 뮌헨공대의 연구용 원자로 이용을 신청했다고 한다. 딥 테크 시대에는 감염병 대응은 물론 파괴적 혁신을 꿈꾸는 대학과 기업에 이와 같은 기초과학 연구시설이 비밀 무기가 되고 있다.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