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큐레이터 ‘일당백’ 관행?... 팀간 마찰 가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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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큐레이터 ‘일당백’ 관행?... 팀간 마찰 가중 우려

학예사 당 업무량 과중.역할분담 모호 집중도 떨어져
절반 이상 비정규직 갑질사태 적극 대응 어려워

  • 승인 2021-06-02 17:24
  • 수정 2021-06-02 18:42
  • 신문게재 2021-06-03 5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시립미술관-로고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고성과 폭언에 따른 갑질논란이 빚어지는 이유로 전시일정 대비 학예사 인력이 적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학예사 채용 때부터 전시기획은 물론 부수적인 업무 처리까지 자격항목에 명시하는데다, 구체화하지 못한 업무분장으로 '일당백'을 소화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관행처럼 지속했다는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학예실로 뭉뚱그려 실장 포함 총 9명이 전시기획을 비롯해 교육홍보, 교류, 수집연구, 소장품 관리 등 시설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11건의 기획전시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컨서베이터 학예사와 학예실장을 제외한 7명의 학예사가 모두 추진해야 한다. 통상 1인 1 전시 기획 체재를 지향하는 타 시도와 비교하면 현저히 많은 업무량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절반이 넘는 5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업무 과부하가 걸리고,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적 불안감으로 갑질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관에만 상주하는 한 명의 컨서베이터 학예사 역시 당장 내달 진행하는 특별전과 관련 125점의 작품을 체크, 보존, 관리, 복원 등의 업무 일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올해 10건의 전시를 기획하는 부산시립미술관은 학예실장 포함 총 12명의 학예사가 상주해 1인당 업무 과중을 분산시켰으며, 서울시립미술관도 학예연구부 산하 전시과, 국제교류팀, 교육홍보과, 수집연구과로 세분화했다.

지난 2010년에 건립된 대구미술관은 학예실을 중심으로 수집연구, 전시기획, 교육 세 분야로 나눠 총 10명의 학예사를 배치했다. 게다가 타 도시의 시립미술관에는 없는 홍보마케팅팀을 설치해 5명의 전문인력을 상주시켜 비대면 전환을 겨냥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전과 규모가 비슷한 광주광역시시립미술관은 총 4개의 전시관 중 본관에만 학예사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업무분장의 경우 학예연구실과 교육창작지원과로 구분해 전시기획과 교육프로그램 업무를 나눠 전문성을 높였다.

지역의 학예 관계자는 "갑질을 경험하더라도 직업 만족도와 생계 등의 이유로 쉽사리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라며 "일을 하면서 현상보다는 서로 간 신뢰와 믿음이 깨질 때 가장 고통스럽고, 좌절감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예 관계자는 "인력에 여유가 생기면 그만큼 전시 기획에 집중할 수 있어 질적인 면에서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일 수 있다"라며 "학예 업무 특성상 고유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군이라는 점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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