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진 부장 |
이후 모두 여덟 차례의 헌법 개정 절차를 거쳤고 1987년 6·10 민주항쟁을 계기로 대통령 직접 선거와 민주주의 제도의 회복을 내용으로 하는 제9차 헌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 권한과 국회의원의 지위를 되찾았다. 치열한 현대사와 궤적을 함께해 온 직업이다.
국회의원의 권한이 막강해진 건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직업이 되면서다. 국회의원이 ‘국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국회의원의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국회의원과 비슷한 직업이 바로 자치단체장이다. 자치단체장 역시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뽑는다. 지역의 ‘대통령’이라고 보면 된다.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광역시장과 도지사, 광역시 구청장과 시장, 군수 등도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됐다.
국회의원과 다른 점은 역사가 오래됐다는 점이다. 왕이 통치했던 가까운 조선시대 공직은 정(正) 1품부터 종(從) 9품까지 18품계가 있었다. 정 1품은 영의정과 좌·우의정 등으로, 오늘날의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국회의장 등이다. 정 2품은 판서, 대제학 등이며, 대한민국의 장관급이다. 말단인 종 9품은 대한민국에선 ‘서기보’(9급 공무원)라고 보면 된다.
오늘날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당시 백성 규모에 따라 달랐다. 백성이 가장 많았던 도성을 다스린 ‘한성판윤’(서울시장)은 정 2품이고, 중간 정도 규모는 종 3품, 소규모는 정 4품이다. 광역시장은 정 2품, 일반 시장과 광역시 구청장은 종 3품, 인구가 적은 군수는 정 4품이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없었던 조선시대 지방에서는 수령(절도사, 관찰사, 부윤, 목사, 부사, 군수, 현감, 현령)이 대장이었다. 자신보다 품계가 높은 상관만 잘 모시면 권력을 맘껏 누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상관과의 사이에 국회의원이라는 ‘시어머니’가 생겼다. 국민이 직접 뽑는 같은 선출직이지만, 자치단체장들은 국회의원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든다. 그나마 광역단체장은 덜 하지만, 기초단체장은 선거 때마다 막강한 공천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 앞에선 힘이 쪽 빠진다.
이런 측면에서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든다. 서구 내에 정 1품인 국회의장(서구갑)과 정 2품인 법무부 장관(서구을)을 함께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2명의 시어머니를 챙겨야 하지만, 워낙 성향이 다른 분들이라 장단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2022년 6·1 지방선거 1년여를 앞두고, 장종태 서구청장을 대전시장 후보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국회의원 입장에선 재선은 괜찮지만, 3선 공천 때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3선에 성공한 자치단체장은 일단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막강한 도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장종태 청장은 대전시장 도전이 아니라 3선 도전을 위한 공천과정이 순탄하기만을 바랄 수 있다. 대전시장 출마설도 세 번째 공천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한 애드벌룬이 아닐까
윤희진 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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