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초 정인혜 교사 |
요즘 나에게 학교에서의 코로나19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학생이 기특하면서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걱정 가득한 손이 안쓰러워서 일 것이다. 이것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학교 또, 학생들의 모습이다.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를 시작으로 2021년 5월 현재까지 1년이 넘게 코로나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기대했으나 우리들의 기대와 달리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로 이어지며 아직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일상이 돼버렸다. 학생들은 원격수업, 학년별 등교를 거쳐 현재는 학생 수에 따른 등교 기준에 준해서 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몰리지 않기 위해 학년별로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학교에 들어오기 전 건강상태 자가진단, 발열 체크 및 손 소독을 해야 하고 이동 간 거리두기는 필수다. 교실에서는 2차로 체온 확인을 하고 칸막이를 세운 책상에서 짝없이 떨어져 공부하고 역시 칸막이가 설치된 식당에서 대화 없이 거리두기를 하고 점심을 먹는 등 많은 제약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는 곳마다 체온 확인, 손 소독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요즘처럼 날씨가 더우면 더 힘들다. 하지만 학생들도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친구들과 어울림보다는 서로 간 거리두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인지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운 방역수칙들을 잘 지켜주고 따라줘 고마운 마음이 크다.
이렇게 모두가 노력함에도 코로나19 관련 확진 및 격리가 필요한 학생들이 발생한다. 본인 또는 가족들의 확진이나 격리를 경험하는 학생들에게는 코로나19에 대한 질병적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놀림거리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 교육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행히 학생들은 나의 우려와 달리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서로를 편견없이 보듬어 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생각보다 크고 강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학교는 이렇게 매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하고, 이에 따른 대응과 함께 보건 영역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 방역의 중심에는 보건교사가 있다. 보건교사는 학교보건법에 의해 보건교육과 학생의 건강관리를 담당하고 학교의 유일한 의료인으로서 아픈 학생들을 치료하고 아동기,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자기건강관리 능력을 키워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이다. 물론 감염병 대응도 보건교사의 주된 업무이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교내 응급 상황에 대비하며 긴장 속에서 최선을 다해 근무하지만 보건교사로 일하다 보면 나의 주 업무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직업적인 정체성이 흔들리는 순간도 만나게 된다.
학교 보건이라는 것은 보건교사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유지할 수 있다. 더불어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보건실 업무는 다양화되었고 사회가 바라는 건강 관련 요구도 증가해 보건교사 1명이 그들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보건교사'라는 명칭 때문에 보건이라는 영역에 해당하는 모든 업무를 하도록 요구받고 보건의 중요성 확대와 함께 생겨난 모든 새로운 업무들의 담당자로 지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건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보건교사 한 명에게 업무를 집중시키고 다른 직군과의 업무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환경위생 분야 등 업무 특성을 고려한 업무 조정 및 학교 현장을 반영한 실질적인 보건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보건교사가 고유 업무에 집중해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키고 지속적인 보건교육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해야하는 본질적 역할은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있음을 되새기고 동시에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다. 보건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대화초 정인혜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