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 이 말이 그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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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 이 말이 그 말인가

한국 속담 배운 소감 이야기

  • 승인 2021-06-02 08:19
  • 신문게재 2021-06-03 9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그 나라의 속담도 배우게 된다. 속담 속에 그 나라의 풍속과 문화가 담겨있고 그 나라 사람들의 지혜도 담겨있다. 한국 속담을 배우기 전에 한국속담을 듣는다면 외국인으로서 쉽게 오해할 수가 있다.

나도 처음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단순하게 '한국인들은 떡을 즐겨 먹는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옛날에 한국에서 야생 호랑이를 흔히 볼 수 있나봐'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에 간다‘는 속담을 처음 들었을 때는 중국의 ‘人多力量大’라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사람이 많으면 힘이 커진다’는 뜻으로 잘못 이해한 적도 있었다. 한국인과 중국인,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같은 말을 하는데도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라 더 알아보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속담이 외국인이 듣기엔 조금 이해하기 어렵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지혜롭기도 하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이 속담도'미운데 왜 오히려 아까운 떡을 하나 더 주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미운 사람에게 좀 잘 해주면 서로의 미운 감정을 덜 수 있으니까 나쁘게 대하는 것 보다는 잘해주라는 의미가 현명하게 느껴졌다.



‘무소식 희소식이다’라는 속담을 들었을 때는 그냥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소리인 것 같았지만, 요즘 외지에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전화는커녕 문자 메시지도 거의 없는 우리 딸을 두고 하는 말 같아서 자주 그 속담을 생각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웃나라이자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해서 그런지 비슷하거나 완전 똑같은 속담도 많다. 예를 들면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중국어로 ‘三歲看大,七歲看老’(삼세간대, 칠세간노)로 말한다. 이 말은 ‘세 살 때의 모습을 보면 다 컸을 때의 모습을 알 수 있고 일곱 살 때의 모습을 보면 늙었을 때의 모습을 안다’는 뜻이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도 아주 비슷한 중국 속담으로 ‘設曹操 曹操到(설조조 조조도)"가 있다. 이것은 ‘조조를 말하고 있는데 조조가 오네’라는 뜻이다. 중국문화가 <삼국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을 여기에서 엿볼 수 있고 뜻까지 똑같은 속담으로는 입에 쓴 약이 병에는 좋다, 우물 안 개구리 등이 그 예다. 중국어로는 ‘良葯苦口’(양약고구), ‘井底之蛙’(정저지와)인데 언어만 다를 뿐이지 내용은 정말 똑같다.

/소옥형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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