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영화 '흑인 오르페'의 '카니발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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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영화 '흑인 오르페'의 '카니발의 아침'

  • 승인 2021-06-01 10:49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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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드디어 여름이 온다. 뜨거운 태양의 계절이다. 출근 길,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과 햇살을 느끼며 기분 좋은 하루를 기대한다. 여름이면 으레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영화 '흑인 오르 페'의 주제가 '카니발의 아침'이다. 이 영화를 고등학교 때 티비에서 '명화극장'인가 '토요명와'인가에서 보았다. 충격이었다. 흑인이 주인공인 것도 낯설고 주제가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 영화는 그리스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의 비극적인 사랑을 현대적으로 각색해서 만들었다. 무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작열하는 태양의 도시 리우에서 오래 전 비극적 사랑이 흑인 오르페와 유리디스의 몸을 빌려 재연된다. 결말은 역시 오르페와 유리디스는 죽는다. 사랑의 테마는 비극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사랑의 명제가 성립되는 것 아닌가.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앞서 언급했듯 흑인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나 자신 흑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은 그저 백인의 노예였으니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처럼 흑인은 백인 주인 나으리를 위해 존재한 물건이었다. 주인을 위해 충성하고 받들고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흑인의 정체성은 애초에 없는 사물이었다. 그런 흑인이 '감히'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이 되다니. 그런데 '흑인 오르페'에 나오는 흑인 남녀가 기가막히게 고혹적이고 매력 있는 한쌍으로 나온다. 흑진주처럼 빛나는, 커피색의 피부가 눈부시게 하얀 옷과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남미 매혹의 도시 리우의 내리쬐는 태양과 카니발의 열기가 생생히 전해진다. 거기다 오르페가 유리디스를 위해 기타를 치며 '카니발의 아침'을 부르는 모습은 잊지못할 장면이다. 기타 소리에 맞춰 나른한 목소리가 흐르는 장면은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나는 하늘의 태양에 노래해요. 나는 태양이 높이 떠오를 때까지 노래해요. 카니발의 때가 왔어요~.'

이 영화는 1959년 개봉했다. 프랑스의 마르셀 카뮈 감독이다. 카뮈 감독이 이 영화만 만들고 말았는지 낯설다. 얼핏 이름을 보고 '알베르 카뮈'로 읽고 킥 웃고 말았다. 이 영화 상복도 많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단다. 아니지. 당연히 타야할 상을 수상했을 뿐인걸. 아, 올 여름 더위에 지쳐 헐떡이는 밤에 '흑인 오르페'를 다시 볼 수 없을까. '올해의 마법의 시기, 꿈에 마음이 춤추는 때가 왔어요. 나는 기타를 치면 노래해요~.'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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