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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앞서 언급했듯 흑인이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나 자신 흑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인은 그저 백인의 노예였으니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처럼 흑인은 백인 주인 나으리를 위해 존재한 물건이었다. 주인을 위해 충성하고 받들고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흑인의 정체성은 애초에 없는 사물이었다. 그런 흑인이 '감히'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이 되다니. 그런데 '흑인 오르페'에 나오는 흑인 남녀가 기가막히게 고혹적이고 매력 있는 한쌍으로 나온다. 흑진주처럼 빛나는, 커피색의 피부가 눈부시게 하얀 옷과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남미 매혹의 도시 리우의 내리쬐는 태양과 카니발의 열기가 생생히 전해진다. 거기다 오르페가 유리디스를 위해 기타를 치며 '카니발의 아침'을 부르는 모습은 잊지못할 장면이다. 기타 소리에 맞춰 나른한 목소리가 흐르는 장면은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나는 하늘의 태양에 노래해요. 나는 태양이 높이 떠오를 때까지 노래해요. 카니발의 때가 왔어요~.'
이 영화는 1959년 개봉했다. 프랑스의 마르셀 카뮈 감독이다. 카뮈 감독이 이 영화만 만들고 말았는지 낯설다. 얼핏 이름을 보고 '알베르 카뮈'로 읽고 킥 웃고 말았다. 이 영화 상복도 많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단다. 아니지. 당연히 타야할 상을 수상했을 뿐인걸. 아, 올 여름 더위에 지쳐 헐떡이는 밤에 '흑인 오르페'를 다시 볼 수 없을까. '올해의 마법의 시기, 꿈에 마음이 춤추는 때가 왔어요. 나는 기타를 치면 노래해요~.'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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