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남녀 공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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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남녀 공평사회

노황우 한밭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5-30 10:23
  • 신문게재 2021-05-31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노황우 한밭대 교수
노황우 한밭대학교 교수
최근에는 편의점 GS25의 캠핑용 식품 구매자 대상 홍보 이벤트 '캠핑 가자'포스터에 그려진 손 모양이 남성 비하 목적의 그림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기성세대인 나로서는 젊은 세대의 성별 갈등에서 오는 상징 표현에 대해 전혀 몰랐고 이번 논란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디자인을 강의하는 교수로 해당 포스터를 살펴보았고 일반인은 그냥 넘어갈 내용이었지만 포스터에 그려진 소시지를 집는 손은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오해할 만한 소지가 있다고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캠핑할 때 소시지를 꼬치에 끼어서 구워 먹거나 포크를 사용하여 먹지 뜨거운 소시지를 손으로 집어 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대중을 위한 광고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책임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

성별 갈등은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의 성별 갈등은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오랜 세월 억압받고 차별받아온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성공을 가로막는 관습적, 법적 제한을 없애고 남녀평등을 쟁취하자는 것을 목적으로 비롯되었다면 오늘날의 성별 갈등은 남녀혐오와 남성들의 불공평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남성만 군대에 가는 것은 공평한가? 경찰 채용 시험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공평한가? 여성 전용 주차 구역 설정 등은 공평한 행정인가? 군대에 다녀온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 공평한가, 주지 않는 것이 공평한가?

요즘 교단에서는 남자 교사를 찾기 힘들고,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등 남성 분야로 여겨졌던 직업까지 여성이 진출하는 일은 일상화되고 있다. 비혼 증가, 출산율 저하 속에서 20~30대 남성은 또래 여성과의 경쟁이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평등(Equality)은 개인의 특성과 수준 등은 고려하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와 지원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평(Equity)은 평등(Equality)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의미로, 더 공정한 결과를 얻어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평등과 공평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재난지원금을 온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평등'이고 피해 정도와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하여 지급하는 것은 '공평'한 것이다. 공평하기 위해서는 차등 지급의 기준과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공정'이라 한다. 공평은 기준을 나누고 기준 사이의 규칙을 정하는 것과 관련된 개념이라면, 공정은 그 규칙을 지키는 것과 관련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정'은'공평'과는 달리 옳고 그름에 관한 관념 즉, 윤리적 판단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LH 땅 투기 의혹도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이유가 법과 질서가 공정하게 관리되지 않아서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한자'공(公)'은 다수의 뜻이다. 사안별로 무엇이 공평인가에 대한 답은 '공론의 장'에서 만들 수밖에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법과 제도는 이'공론'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공동체 사회에서 서로 다른 남녀가 공평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이나 기준이 100% 만족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극단적인 혐오와 증오 표출이 아닌 건전한 공론을 통해서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늘날 젊은 세대의 성별 갈등은 비단 포스터 광고뿐만 아니라 TV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댓글 등 우리의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갈등이 갈수록 확산하는 추세이다. 그동안 남녀평등 운동이 차별받아온 여성들을 위해 제도적으로 차별을 방지하고 여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을 위한 제도나 법안을 만들기 위해 남성을 경쟁집단 혹은 적으로 간주하거나, 여성 혐오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남성 혐오를 표출하는 것은 또 다른 불공평을 만들 수 있어 우려스럽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반은 여자이지만 그 반도 남자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의사 표현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공동체 사회에서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노황우 한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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