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국인의 위험인식에 대하여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한국인의 위험인식에 대하여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승인 2021-05-30 07:30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2021.01.19(김찬술 산업건설위원장)(3)
김찬술 위원장
어느 나라에서 쓰나미가 한 번 올 때마다 수천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갑니다. 그래서 어느 날, 정부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합니다. 과학자와 기술자 등이 모여 낸 결론은 인공 구조물을 해변에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해외의 최고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구조물 설치에 성공합니다. 그러고 난 후 또 쓰나미가 닥쳤습니다. 이번에는 안전했을까요. 안타깝게도 수만 명이 죽어 나갑니다. 원인이 뭐였겠습니까?

이유는 정부 당국이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과거보다 안전해졌다고 홍보합니다. 그러자 더 많은 사람이 해변 가까이 와서 살기 시작했고 그러다 쓰나미가 또다시 덮친 겁니다.

10여 년 전, 미국에서 자기 자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중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했습니다. 첫 번째가 유괴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은 일어날 확률이 7십만 분의 1이고, 자녀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유괴에 비해 그 가능성이 100배 이상이나 높은데도 자동차 사고에 대해서는 훨씬 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전문가들은 자기 방어기제나 인지적 게으름으로 설명합니다. 자기 방어기제란, 무언가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감정적 상처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를 말하고, 인지적 게으름이란, 새로운 걸 붙잡고 어렵게 쩔쩔매기보다는 기존의 의견이나 생각에 안주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험사회'의 저자인 독일의 세계적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삶을 '문명의 화산 위에서 살아가기'로 비유합니다. 그가 2008년 訪韓 했을 때, '근대화가 극단적으로 실험 된 한국 사회는 특별히 위험한, 심화된 위험사회'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의 위험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정지범 울산과기대 교수는 자주 경험할 수 있는 교통사고나 풍수해와 같은 위험에는 둔감하지만, 광우병이나 메르스, 지진 등과 같이 처음 경험 하는 재난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하고, 어떻게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분석하고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보상이나 배상문제 때문에 책임소재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재난에 대한 방재 노력이나 보험 가입과 같은 대비를 스스로 하기보다는 국가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에서 만든 위기 대응 매뉴얼이 3천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나 재난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과거 대책들이 형식적이었거나, 안전을 위한 노력이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상시적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겠지요.

인간의 두뇌는 종종 편안함을 안전함으로 착각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세월호와 같은 대형 재난재해를 수없이 겪어왔고, 지금은 코로나 19와 힘겹게 싸우는 중입니다. 인간의 감정 중 가장 먼저 진화한 것이 공포라고 하지요. 위험한 것에 신체적 경고를 보내 대비하게 함으로써 목숨을 지키기 위해섭니다.

1755년 11월 1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대지진 이후 유럽인들이 계몽주의와 같은 새로운 사회를 실현한 것처럼 우리도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심화된 위험사회로부터 한 발짝 더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겨울은 귀로 듣고, 봄은 눈으로 본다지요. 상처받고도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용기, '알프레드 디 수자'가 바라던 삶이 아니었을까, 그의 詩와 함께 시민 모두가 나날이 새로워지는 희망찬 삶을 꿈꿔보는 봄날입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