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은혜교수의 '대전십무'... 대전을 세계화하는 도약의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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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은혜교수의 '대전십무'... 대전을 세계화하는 도약의 발판

장인순 (전)한국원자력연구소장

  • 승인 2021-06-03 16:21
  • 수정 2021-08-17 17:44
  • 신문게재 2021-06-04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장인순박사
장인순 (전)한국원자력연구소장
무용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예술이 아닐까? 우주에서 신이 혹은 대자연이 빚은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생동감 넘치는 균형 잡힌 인간의 육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용은 제한된 특수한 사람만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직감이나 본능적으로 무용을 한다. 어린아이나 어른들이 즐거운 음악을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 자기의 감정을 몸의 율동으로 표현하는 것 그 자체가 무용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무용이라는 예술은 인간의 본능, 인간의 저변에 깔려있는 감성, 그리고 사상과 감정을 잘 훈련시켜 절제된 신체의 율동을 통해서 아름답게 형이상학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가장 인간적인 예술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무용가들이 한순간의 동작을 위해서 수 백번 아니 수 천번의 연습을 하면서 흘린 뜨거운 땀과, 그 땀 속에 들어있는 열정과 소금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무용가들의 삶은 살에서, 뼈에서, 영혼에서 솟아나는 땀을 통해서 가장 인간적인 예술을 창작하는 예술가이다.

정은혜교수의 역작인 대전십무를 실내무대에서, 야외무대에서 지금까지 4차례 관람하면서 얼마나 고뇌하고 노력하고 많은 땀을 흘렸을까? 하는 마음으로 보았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의 근육과 힘줄이 부드럽게 혹은 격렬하게 부딪치면서 흘리는 뜨거운 땀으로 우리의 영혼을 미지의 세계로 끌고 간다.

인류의 문화와 문명의 뒤안길에는 강과 숲이 있다고 하는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쌓은 계족산성이 있는 계족산과 전쟁에 지친 무사가 냇물에 피 묻은 갑옷을 씻었다는 갑천 등 산과 강을, 그리고 인물과 풍습, 설화 속 이야기로 지역을 대표하는 열 개의 춤을 완성한 대전십무는 소재의 다양성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소재를 엮어서 수 백년의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시 잊어버리고 있던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무대에서 단 두 시간 만에 10편의 소품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일까? Freedom is not free.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다. 이 기적은 한 예술인의 끈기와 열정과 땀과 고뇌와 창의력이 빚은 결과물이다.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4차례의 공연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한 작품을 매 공연마다 변모를 거듭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무대 의상, 조명, 다양한 악기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용수들의 뜨겁고 균형 잡힌 춤사위와 연기가 놀라웠다. 특히 한밭북춤의 마지막 장에서 북소리와 격동적인 현대춤으로 과학을 표현하면서 우주로켓발사 카운트다운으로 미래의 대전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표현한 것은 대덕에서 반평생의 삶을 과학인으로 살아온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전십무가 진정으로 K-Dance로 과학의 도시 대전을 대표하여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아직 보완하여야 할 점들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예술가 한명에게 과학자 10명이 힘을 모으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예술의 현주소에서는 도와주는 사람의 부재가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의 예술인 대전십무가 첨단과학을 이용해 더욱 발전하고 대전예술의 발전에 중요한 콘텐츠가 될 수 있기를 누구나 기대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활동은 대전십무와 과학자들이 만나 격없는 자유로운 상상과 무모한 시도를 비롯한 융합연구를 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구현하여야 한다. 과학자들이 무한한 호기심을 발휘하여 예술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예술은 온갖 상상 속에서 아이디어를 추출하고 엮어가는 과정에서 과학자의 호기심과 예술가의 창의력이 조우된다면 과학기술의 무대화가 실현되고 그 기술을 활용한 세계적인 작품의 탄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무대, 조명, 장치, 음향, 영상, 의상, 소품 등 다른 어떤 예술장르보다 첨단 기술이 집대성되는 무용은 과학자들과의 협업과 교류로써 좀 더 첨단의 무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전십무를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을 무대에 접목하는 작업을 지원한다면 세계적인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과학도시 대전은 세계적인 예술의 도시로 한큐에 올라설 수도 있을 것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이러한 환경과 지원을 갖추어주면서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작업하고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런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되며 대전시는 반드시 그런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이제 이만한 콘텐츠를 한명의 예술가가 이루어 냈으니 대전십무를 세계화하기 위하여 대전의 역사와 문화와 예술의 상징물로 제대로 성장 발전시켜야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오래전에 카나다에서 공부할 때 카나다 온타리오주에 스트라트포드(Stratford-영국의 세익스피어가 태어난 도시이름)란 작은 도시에 여름 방학 3-4개월 동안 세익스피어 작품만을 공연하는데 전 세계에서 이들 공연을 보기 위해서 수십만이 찾아온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는 유명한 뮤직 컬이 수 십년 간 공연되고 있지 않은가!. 대전십무도 이젠 세계무대에 내어놓아 세계화하고 대전의 문화상품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년 중 상설공연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대전을 방문하는 국내외 방문인들이 모두 대전십무를 관람할 수 있도록 대전시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왜 영국인들이 세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꿀 수 없다고 했을까? 문화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세익스피어와 그의 위대한 작품이 얼마나 많은 인류의 심금을 울려 주었는가?

작은 거인 정은혜 교수의 대전십무가 대전을 넘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화 함으로서 또 하나의 K-Dance를 만들어 문화선진국으로 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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