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의 지지부진은 비단 영세업체와 자영업자만 절벽으로 민 게 아니다. 나와 같은 직장인도 본의 아니게 직장을 잃고 '삼식이'로 아내 눈치만 살피게 만들었다.
취업의 물꼬를 찾아 동분서주한 덕분에 지난주부터 '희망 일자리'라는 하루 4시간 단기 알바를 하고 있다. 모 전통시장에서 코로나 19 예방업무의 일환으로 출입자들의 체온을 잰다.
비치된 손 소독제를 사용하라는 권유도 잊지 않는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시장 입구에서 출입자의 체온을 체크하는 나의 요청에 대부분 기꺼이 순응한다. 체온을 재기 전 나는 반드시 인사부터 정중히 한다.
그런 다음 어르신들께는 "코로나 백신은 맞으셨습니까?"라고 여쭙는다. "그럼~ 벌써 맞았지." "나는 몸이 안 좋아서 다음에 맞기로 했어."
코로나 19 백신 접종율은 높을수록 좋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비율이 60% 이하로 떨어졌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는 코로나 백신 접종 후 후유증을 불안해하는 국민들 가슴을 더욱 철렁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소셜미디어상에 떠도는 백신 가격과 관련한 소문이 예사롭지 않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가격이 다른 백신 종류에 비해 크게 저렴하여 효능이 떨어지는, 이른바 '싸구려' 백신이라는 믿음을 고착화하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해당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그러나 이런 '싸구려' 백신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의 무능이라는 풍문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싸구려라고 주장하는 자료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시노팜의 백신이 8만1940원으로 가장 비싸다. 그다음으로 미국 모더나 백신 3만9340원, 프랑스 사노피 2만3600원, 미국 화이자 2만1901원, 미국 노바백스 1만7980원, 존슨앤드존슨의 의약품 부문 자회사 얀센이 1만1240원 순이다.
마지막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인데 4,500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한눈에 봐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뉘라서 '싸구려 백신'을 맞으려 하겠는가. 사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기업이 아닌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기관이 주도해 만든 백신이다.
비영리 서약을 맺어 백신의 공공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윤보다는 공평한 백신 공급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대국민 설득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 마디로 국민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는 거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 건 커다란 비극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믿지 못해 접종을 망설이는 국민에게 요수촉금(搖手觸禁=손을 움직이기만 하면 법령에 저촉됨. 법령이 너더분하고 번거로우며 가혹함)의 강제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아무튼 국가적 총체의 화두인 코로나 19 극복은 하루가 급한 해법이다. 따라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결코 싸구려가 아니며, 효과 또한 다른 백신과 비교할 때도 뒤떨어지는 제품이 아니란 걸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아울러 코로나 19 백신 접종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부여할 인센티브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접종 1.2차 완료자'라고 표기된 정부 공인과 표식의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는 아이디어도 검토해볼 만 하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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