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용 원장. |
중학교 2학년 된 딸이 어젯밤부터 자다가 오늘 아침은 못 일어나 굶고 점심 때 까지 자다가 잠깐 일어나 밥 먹고 다시 저녁까지 겨울잠 자는 곰처럼 자고 일어나 부어있는 얼굴로 거울 보며 흐뭇해하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진짜 키를 재 보더니 2cm 정도 자라 있다. 보통 잠자고 일어난 아침이 척추가 정렬되어 저녁보다 키가 큰데, 애한테는 지금 저녁이 곧 아침 키여서 큰 것이겠지만 어쨌든지 오빠랑 키 재 보더니 많이 컸다고 자랑이다.
"넌 학교도 안 가고 잠만 자 놓고 좋기도 하겠다." 오빠가 평소 자기 눈 밑에 있던 애가 눈 위로 살짝 머리 끝이 올라온 동생에게 나름 배 아파서 한마디를 한다.
그 말 끝나기도 전에 딸은 빽 하고 소리 지른다.
원래 순해서 투정 부리거나 짜증 내지 않던 여동생이 중2가 되면서 자기 기분이 틀어지면 바로 히스테릭한 고음으로 짜증을 낸다. 웃기는 건 작년만 해도 같이 화내거나 놀려대던 고1 오빠가 그냥 동생 짜증을 받아주고 있다. 멀뚱멀뚱한 황소 눈을 하고.
작년만 해도 삐쩍 말라서 뼈만 보여 안쓰럽기만 하던 아들내미는 잠자기 전에 기본적인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하더니 제법 팔 알통과 가슴근육이 붙어 보인다. 성장기에 운동을 많이 하면 근육섬유의 덩어리만 커지는 게 아니라 근육섬유의 양이 늘어나니 열심히 운동하라고 꼬셔 놔선지, 자기가 생각해도 근육이 좀 붙으면서 어깨도 좀 넓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아선지 전신 거울도 보면서 나름 잠자기 전에 이빨 닦듯이 하는 행사가 됐고, 결과적으로 조금은 남성스러운 몸이 돼간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남자아이와 북한의 침공도 막아낸다는 중2가 된 여자애가 코로나로 학교도 가다 말다 하는 시대에 집안에서 싸워대며 아주 가끔 사이가 좋아지는 현실 남매를 보고 있으면 '사춘기'라는 단어가 새삼스럽다.
세상 힘들다는 우울증, 두통, 공황장애 등의 신경 정신과 증상으로 오는 중·고등학교 환자들에게 "사춘기라 그래" 이 시기만 잘 견디면 그냥 대부분 낫는다고 말했는데…….
중2를 겪고 고1이 된 남성 호르몬 덩어리인 남자애와 이제 중2에 접어든 여자애를 매일 매일 집에서 몸소 겪다 보니 남들한테 말했던 사춘기는 참 낭만의 단어 였던것 같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신체가 성장함에 따라 성적 기능이 활발해지고 2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 라고 요약 해 놓고 생물 사회적, 정신 분석적, 사회 인지적, 사회 문화적, 대인 관계적, 맥락적 조망이라는 이론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어떤 학자는 가난한 나라의 애들은 생활 전선에서 먹고 살려고 경제 활동 하기도 바빠서 사춘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고,
무슨 이론으로 사춘기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하곤 있지만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어서 말들이 길어지는 것 같다.
모든 동물들은 새끼 때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부모들은 헌신적인 양육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독립을 시킨다. 이때 어떤 개체는 부모에게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과정을 부모의 입장에서가 아닌 새끼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춘기가 되어 날카롭고 사나워진 성격으로 부모와도 계속 싸우게 되어 같이 못 살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자식이 떠나던 부모가 쫓아내던 하지 않았을까?
인간의 생활이 동물과 같진 않겠지만 사람도 동물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여리고 귀엽기만 하던 아이가 자라서 부모의 울타리보단 자기 혼자 독립해 살아야 할 세계로 첫발을 딛는 시기가 사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승용 용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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