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제공 |
어느새 나는 인터넷을 열고 하이에나처럼 먹이를 찾아 헤맨다. 마우스를 쥔 손이 분주해진다. 미슐랭 별 세 개를 달았다는 호텔 한식당 요리가 촤르르 나온다. 재벌이 운영하는 호텔의 한식당이니만큼 최고의 식재료를 썼단다. 숯불 등심구이, 이름도 생소한 삼색어아탕이 비싼 백자, 유기에 담겨 뽐낸다. 안젤리나 졸리가 방문했다는 식당 요리도 보인다. 세계인(셀럽) 입맛에 맞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이어서인지 모양새가 영락없는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요리다. 밥은 새 모이 만큼이고 반찬도 젓가락으로 한번 집으면 그만일 듯.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 먹으면 딱이겠다. 고급지고 정갈해서 호사스럽게 보일 뿐, 군침을 돌게 하지는 않는다. 다른 요리로 바로 이동.
푸짐하게 끓는 김치찌개를 넋을 놓고 본다. 나의 뇌는 그것을 뜨거운 밥에 떠넣어 비벼 먹는다. 계란 반숙 프라이, 살라미, 치즈, 양상추 등에 토마토 케첩과 머스터드 소스를 듬뿍 뿌린 토스트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뚝딱!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내 눈의 동공은 피자 라지 사이즈만큼 커지고 침을 하도 삼켜 목구멍이 헐 지경이다. 퇴근 직전에 겪는 괴로운 현상이다. 종종 생각한다. 전쟁이 나면 먹을 게 없을텐데 배고픔을 어떻게 견딜까. 2차대전 중 인육을 먹었다는 얘기가 있다. 먹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극한 상황에서 인육은 아니더라도 먹어본 적 없는 동물을 입에 대는 상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말 애벌레, 뱀, 쥐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
일본의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였던 '먹보 대마왕' 요네하라 마리가 먹어봤다는 뱀고기. 지지난주 계룡산 갑사에서 뱀과 조우한 살 떨리는 경험이 떠오른다. 풀섶에 들어갔다 풀 색깔과 똑같은 뱀을 못 보고 그만 발로 밟아버린 것이다. 물컹한 느낌과 동시에 기다랗고 굵은 뭔가가 발 양쪽에서 허리까지 뛰어오르는 건 한순간이었다. "엄마아!" 나는 용수철 튀어오르듯 길로 뛰어나갔다. 심장이 펄떡펄떡 뛰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법당에서 가부좌를 틀고 참선하던 스님이 내 비명소리에 놀라 무슨 일이냐고 소리쳤다. 날벼락을 맞은 뱀도 어지간히 놀란 모양인지 돌담을 넘어 정신없이 도망갔다. 나는 그 뱀의 크기에 또 한번 놀라 주저앉을 뻔했다. 실제로 본 뱀 중에서 가장 길고 굵었다. 밑창이 두툼한 등산화인데도 밟았을 때의 느낌이 생생했다. 그런데 그런 뱀을 먹었다고?
눈 아래 다크서클이 짙어가고 저혈당 증세로 몸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별의별 생각에 사로잡힌다. 맛난 음식을 먹으면 순한 양이 되는 나 역시 먹보 대마왕이지만 미식가는 아니다. 그저 많이 맛있게 먹을 뿐이다. 『미식 예찬』의 브리야 사바랭도 "'미식'은 언제나 '식탐'이나 '대식'과 혼동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로마시대의 타락한 황제나 귀족들처럼 배터지게 먹고 토하고 또 먹는 행위는 욕망하지 않는다. 안정된 식량공급을 보장받기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일평생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 밥벌이는 인간의 숙명이다. 오늘 저녁엔 어떤 음식으로 내 노동의 대가를 보상받을까. <제 2사회부장 겸 교열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