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중부권 미술 문화 컨텐츠의 힘은 무궁하다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중부권 미술 문화 컨텐츠의 힘은 무궁하다

김현숙 이응노연구소장

  • 승인 2021-05-26 15:58
  • 신문게재 2021-05-27 1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김현숙 사진
김현숙 이응노연구소장
청주시립미술관에서는 지난 3월부터 '거장, 중원을 거닐다'전이 열리고 있다. 중부권 출신의 거장 급 작가를 선별하여 꾸린 이 전람회는 당연 지역 출신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세계를 조명하여 널리 알림으로써 문화적 자긍심을 일깨우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대표작들이 전시되었으니 비단 충청권 작가로 엮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풍성하고 매력적인 전람회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화의 거성인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고암 이응노를 시작으로 한국 조각계를 연 정관 김복진, '나는 심플하다'고 외치며 순수한 삶과 미술의 경계를 오간 장욱진, 단색화의 대표작가로 국제적 수준에 오른 윤형근과 정찹섭 등이 모두 충청권 작가들 이었나 놀라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셈이다.

'거장, 중원을 거닐다'전은 작년 10월부터 올 4월 초까지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충남 출신 작가들을 조명한 '낯익은 해후'전의 바톤터치 전시라고도 할 수 있다. 아라리오갤러리의 소장품으로 구성된 '낯익은 해후'전은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전 장르를 망라하여 충남 출신 작가 21명의 작품을 전시했다. 두 전람회의 출품작가 외에도 대전 출신의 조각가 최종태, 한국화가 이종상, 섬유미술가 송번수, 화가 김홍주가 있고, 옥천 출신으로 빛의 화가 하동철이 있다. 옥천 출신은 아니지만 옥천 산골에 칩거하여 디지털 산수화를 제작한 황인기를 비롯하여 원로급 현역 작가들 수도 만만치 않다. 유명 작가는 모두 중앙 화단에서 활동하는 서울권 미술가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은 문화의 서울 편중 현상이 아직 해소되지 못한 탓이 크다.

고암 이응노가 대전 교도소에 복역했을 당시 간장과 고추장을 재료로 제작한 작품들, 이응노가 운영했던 수덕여관과 김두환의 작업실에 잠시 거처를 두기도 했던 나혜석의 발자취를 비롯하여 수덕사를 오간 수많은 미술 문학 종교계 인사들, 청주의 3인방이라 할 수 있는 윤형근과 무소유 철학수필가 민병산과 시인 신동문이 벌인 일탈적 일화들, 대전 미술계의 스승인 이동훈, 예산에서 작업을 했던 김두환, 괴산 작업실에서 걸작을 산출해낸 황창배, 서울 대학로에 인공갤러리를 열어 미술계의 신화가 된 황현욱이 대전에 비비 스페이스(bibi space)를 열고 개관전으로 윤형근전을 개최한 후 곧바로 암으로 사망했고 지금은 그의 부인이 그 건물에 레스토랑과 전시장을 운영하는 등 중부권 문화 콘텐츠의 양과 갈래는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이러한 미술문화계의 인적 동선과 일화와 장소들을 엮어 스토리 텔링하여 활용한다면 그 잠재적 가치는 천문학적 수치에 달할 수 있다.

막강한 문화적 컨텐츠와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 미술관으로는 고암 이응노미술관이 거의 유일하고, 세종시에서 장욱진의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건립 중에 있을 뿐이니 중부권의 문화적 비전은 아직도 개명하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양주시는 장욱진이 불과 10여년 작업하며 살았을 뿐인 인연을 부각시켜서 장욱진미술관을 개관했고, 그로 인해 양주 시민이 누리게 된 문화적 호사는 눈부시건만 정작 장욱진의 고향에서는 이제야 생가와 기념관 오픈을 예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전에는 이응노의 국제적 위상과 비전을 펼쳐내는 이응노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이 있고, 청주에는 청주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의 활동이 왕성하며, 최근 '공주문화재단'을 출범시킨 공주시는 '문화수도 공주'를 공표하며 큰 걸음을 내딛었다. 야투(野投)를 결성하여 한국 생태미술의 원조가 된 임동식과 그의 주위에 김동유, 이광복, 이순구, 윤희수 등 후배 작가들이 모여들어 터를 잡고 활동을 전개한 것이 '문화의 힘'을 외칠 수 있는 근간이 되었을 것이다. 지역 문화 콘텐츠가 문화 인프라로 실현됨으로써 지역 문화의 자생력이 튼튼해지고 나아가 중앙과 지방의 권력 위계가 붕괴되거나 역전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