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170병상급 요양병원을 운영 중인 A병원장은 지금껏 가꾼 병원을 의료재단의 공익재산으로 전환하고자 최근까지도 바쁘게 뛰어다녔다. 대전에 작은 의원을 세워 많은 시민들이 찾아줘 병원을 지금의 규모로 키운 만큼, 자신이 은퇴한 후에도 의료자산이 지역사회에 계속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A병원장은 "대전에서 이름난 선배 의사와 병원을 보면 당대에는 잘 나가더라도 돌아가시면 축적된 의료자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 왔지 않느냐"며 "현행 의료법인 허가제를 활용해 병원을 다음 세대에도 가치 있도록 남기고 싶은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밝혔다.
A병원장은 지난해 12월 의료법인 허가를 위해 병원 부지와 건물을 법인에 출연하는 모든 행정절차를 마치고 법인에 허가까지 취득했으나, 개인이 부담할 양도세 8억 원에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요양병원으로 사용 중인 토지와 건물 등 감정평가상 90억 원 상당의 자산을 신설 의료법인에 출연할 때 A병원장은 양도세 부과 통보를 받았고, 모든 자산을 출연한 상태서 자금을 조달할 수단이 없었다.
실제, 대전에서 의사가 의원과 병원을 세워 의료법인까지 육성한 사례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희박하다. 대전선병원과 유성선병원을 운영하는 선호영 설립자의 영훈의료재단이 대표적이고, 이기석 설립자의 이안과병원 청운의료재단 그리고 마음편한병원의 의명의료재단, 유성웰니스병원의 리노의료재단 정도가 의사가 의료법인을 세워 이사장을 맡은 사례다.
대전 의료법인 26곳 중에 상당수는 건설과 개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비의료인이 이사장을 맡아 운영 중이다.
대전시도 이같은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2011년 의료법인 설립 허가조건에 '13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을 3년 이상 운영'을 새롭게 규정함으로써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의료법인 전환을 우선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 병상당 6000만 원씩 최소 130병상 이상의 수준을 허가조건으로 규정함으로써 2013년 이후 의료법인 인가 사례가 없으며, 40년 이상 의료기관을 일군 굵직한 병원도 전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