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
사회 환경, 가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자연스레 노인과 자손들을 분리했고, 돌봄의 공백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요양병원은 90년대 말에 첫 개원을 했고, 이후 지속 증가해 1,461곳(2021년 4월 기준)까지 늘어났다. 충청지역에도 163곳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43.5만 명이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요양병원은 돌봄이 주가 될 수 없는 치료병원의 영역이다. 현재 병원과 시설 중심의 의료시스템은 복합 만성질환을 지닌 노인들을 돌보기에 적합하지 않다. 집을 대신하는 '사회적 입원(social hospitalization)'도 만연하다. 진료비 심사과정에서 입원 기간을 제한하면 환자와 보호자, 요양병원들의 반발이 커지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장기요양병원을 제도화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캐나다, 미국, 폴란드, 일본 등으로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병원 병상(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은 36.9개(2018년)로 OECD 평균(4.0개)보다 9배나 많다(OECD, 2020).
우리의 의료현실은 너무 많은 병원에서, 너무 적은 의사와 간호사가, 너무 오랫동안 환자를 입원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운영법과 제도를 달리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연계망을 구축하여 입원(입소) 관리를 더욱 더 전문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상황의 지속으로 비대면 노인 돌봄 영역도 변화하고 있다. 세계 최초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노인 돌봄 스타트업으로 미국산 '케어엔젤'이 등장했다. 음성인식도 가능한데 생체정보 자료를 분석하여, 예를 들면 "아버님이 약 복용을 하지 않고, 최근 우울하다는 의견을 자주 보내고 있습니다. 전화로 안부 확인을 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가족에게 보낸다. 의사 진료가 필요하면 병원방문을 위한 전화 연결 서비스도 제공한다.
감정이 배제된 돌봄 로봇의 기능들이 노인의 고립감과 가족의 정을 얼마나 대신할지는 모르겠다. 살던 집에서, 익숙한 동네에서, 이웃과 함께(Aging in Place) 여생을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질을 평가하고 있다. 요양병원도 도입 초기부터 평가를 해왔다. 의료인력 보유현황과 배뇨, 체중, 욕창,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 환자관리 상태를 포함해 37개(2020년 기준) 평가지표를 측정한다.
지난 1월 요양병원의 항정신성의약품(이하 항정약) 남용 실태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간병 인력 공백이 커지면서 항정약 투여가 더 증가했다. 심평원도 사용실태 파악에 돌입했고, 체계적 관리를 위해 '항정약 처방률 평가지표'를 추가했다.
이렇게 매년 수행되는 평가결과는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 또는 '건강정보' 모바일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족 중 누군가 요양병원에 입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우리 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심평원 홈페이지나 '건강정보' 모바일 앱을 이용하면 시·군·구별 평가결과 우수기관 명단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우수기관이란 다양한 질환에 대해 의료서비스 질을 평가한 결과, 1등급 또는 양호 등급을 받은 병원을 의미한다. 정부와 심평원도 노후 안전망으로 요양병원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운영에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거나 예비노인이다. 질병과 고통, 돌봄과 죽음 모두 언젠가 마주해야 할 우리의 삶이다. 가정의 달 5월이 되니 한 밥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챙기시던 부모님의 손길이 그립다./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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