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의료법인 허가 가뭄…2013년 이후 신규 없어

비영리법인 통해 의료 공공성 확보 수단
130병상 이상 78억원 기본재산 까다로워
2013년 이후 신규 의료법인 나오지 않아

민간 의료기관에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의료법인 허가제가 대전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허가를 마지막으로 신규 의료법인이 탄생하지 않는 것은 최소 130병상에 기본재산 78억 원 이상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허가조건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전에서 운영 중인 26곳의 의료재단을 보면 지난 1994년 허가된 의명의료재단은 중구 대흥동에 299병상의 정신과 마음편한병원을 운영 중이고, 리노의료재단은 유성웰니스병원을 통해 재활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 허가된 산수의료재단은 요양병원에서 시작해 지금은 동·중구 지역 최대규모의 재활중점 의료서비스기관으로 성장했다.

이들 의료재단은 일반 병원들이 꺼리는 정신과나 재활치료 등의 의료기관을 운영함으로써 의료서비스에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료법인이 대전에서는 2013년 신규허가를 끝으로 더 이상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지침은 2011년 개정을 통해 기본적으로 13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을 3년 이상 운영한 의료기관이 의료법인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또 의료법인 신청 기관의 기본 재산은 1병상당 6000만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최소 78억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받은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 대전에서 의료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지역의료계 관계자는 "의료법인은 회계 특성상 병원 수익을 모두 의료서비스에 재투자하고 병원경영 외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익의 성격이 짙다"라며 "의료법인을 통해 지역에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 고급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데 대전은 너무 경직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료법인 인가 조건을 보면, 광주는 1병상당 5000만 원 상당의 자본에 2년 내 100병상 이상을 확보하는 조건이고, 대구시는 병원 신축 시 1병상당 평균 3000만 원 이상을 기준으로 세워 대전보다 규제가 낮다.

시 관계자는 "의료법인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져 중간에 부도가 나거나 이윤을 추구하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허가 기준을 갖고 있다"라며 "대전에서도 작년 의료법인에 신규 허가는 있었으나 재산을 법인에 이관하지 않아 취소됐을뿐, 의료법인 허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