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영 운영위원 |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지제도는 16세기 근대적 복지로 소수의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1919년 바이마르 헌법에서 선언한 현대적 복지로 모든 국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복지제도의 재원도 전체 국민 또는 다수가 납부하고, 특정 상황, 조건을 충족하는 소수가 혜택을 누리는 방식으로 설계, 운영되고 있다.
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중산층을 위한 제도다. 복지제도가 중산층을 위한 제도라는 것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의료보험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사회는 중산층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기에 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중산층을 위한 제도다.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우리 사회는 이미 무상급식과 아동수당을 통해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의 차이를 경험해봤다. 선별적 급식을 주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율 미달로 사퇴하고, 보궐선거로 박원순 서울시장에 당선되며 사회적 종지부를 찍었다. 아동수당은 2018년 하위소득 90%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지급했는데, 2019년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바뀌어 지급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재앙이자 사회적·경제적 위기인 코로나 극복 방법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에서도 선별과 보편의 차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 기한이 정해진 지역화폐로 전체 국민에게 지급했다. 이렇게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던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에게 활력을 불어넣으며 일시적으로나마 경제를 회생시켰다.
그러나 이후 선별적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효과와 영향이 적었다. 우리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16세기 근대적 복지'와 '1919년 현대적 복지'를 모두 경험했다. 모든 정부 정책이 보편성을 담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별한 상황과 조건에 따른 선별적 조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로 야기된 위기는 소수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었기에 선별적 정책이 아닌 보편적 정책으로 추진해야 했다.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기본소득=1919년 시작된 현대적 복지는 현재의 복지 선진국 유럽이 있게 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복지를 국가가 국민에게 베푸는 시혜 즉, '16세기 근대적 복지'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러나 복지는 국가의 의무이고 국민의 권리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은 2차 산업혁명 이후 불어닥친 세계적 경제 위기인 대공황을 극복시킨 미국의 뉴딜정책에 비견할 만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으로 AI와 로봇이 사람들의 임금노동을 대체하고, 산업구조도 대규모 생산·설비 업종에서 비생산 정보-통신 플랫폼 업종으로 경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수많은 사람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빅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며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있는데, 플랫폼 기업의 빅데이터는 수많은 사람의 일상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부에 대한 공정한 재분배 요구는 합당한 것이다.
이런 공유부와 공유자원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로 재원의 재분배가 논의되고 있는데 이것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기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사회적 권리라는 인식의 변화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된다.
/정순영 기본소득국민운동대전본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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